누구나 아마추어 천문학자가 될 수 있다

케플러-푸앵소 다면체

by 헤일메리

나는 천문학 전공자가 아니다. 전 세계 인구 75억 명 중 천문학자는 5만 명 정도라고 한다. 계산해 보니 0.00067퍼센트다. 그 귀하디 귀한 희귀종이 여기서 굿즈 따위나 만들고 있을 리 없다.


그렇다고 천문학자들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고 나를 비난할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내가 책에서 읽은 천문학자들은 그렇다. 그들의 시작은 하나같이 기묘한 사랑이었다. 동경이었고 운명이었다. 미지에 대한 호기심이었고, 어떠한 사명감이기도 했다. 그런 과거를 가진 사람들이라면 내가 더듬더듬 써 내려가는 우주 이야기를 기꺼이 기특해할 것이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죠' 같은 서문은 본 적이 없다(먹고살려면 천문학과에 오면 안된다는 서문은 본 적이 있다). 만약 그들이 모두 본심을 숨기고 환상 가득한 서문을 쓴 거라면, 그거야말로 나를 비난할 자격이 없다. 나에게 헛된 환상을 심어준 건 당신들 아닌가.


물론 부족함을 알기 때문에 항상 노력하고 공부한다. 잘 모르는 상태로 함부로 다루고 싶지 않다. 왜냐면 내가 대상에 대한 섬세한 고찰 없이 가볍게 모티브만 따온 창작물들을 미워하기 때문이다. 내 창작물이 다른 사람에게 같은 이유로 미움받지 않았으면 한다. 나중에 틀린 걸 알게 되었을 때 밀려올 쪽팔림이 두렵기도 하다. 그리고 나는 정말 진심으로... 나에게 주어진 우주 이야기들을 사랑하고 하나하나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잘 모르는 상태로 함부로 다루기 싫다.


SF 소설 '마션'의 작가 앤디 위어도 비전공자다. 구글링만으로 책을 썼다고 해서 사람들이 뒤집혔던 걸 기억한다.




어느 날 유튜브 알고리즘이 [정다면체는 사실 48종류 있음] 이라는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제목의 영상을 추천해 줬다. https://youtu.be/_hjRvZYkA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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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하고 흘리듯이 보는데 예상하지 못한 익숙한 이름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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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플러... 케플러?!? 그 요하네스 케플러?? 맞다 그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다. 케플러 법칙의 케플러다. 케플러는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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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는 요하네스 케플러가, 두 개는 루이 푸앵소가 발견해 케플러-푸앵소 다면체라고 통칭한다. 이 네 개의 다면체들은 보시다시피 별 모양이라 별 다면체라고도 부른다.


내 심장을 뛰게 한 부분은 그거다. 케플러가 발견해서 케플러의 이름이 붙은 다면체가 하필 별 모양이라는 사실. 케플러의 반짝반짝한 다면체 발견에 천문학이 끼친 영향이 없었을까? 정말로? 케플러가 별 다면체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밤하늘의 별이 준 영향이 없었을까? 하나도? 이런 상상은 해 볼 수 있잖아.


'창백한 푸른 점', '코스모스' 의 저자 칼 세이건은 요하네스 케플러를 '마지막 점성술사이자 첫 번째 천문학자' 라고 했다. 16세기까지 하늘을 올려다보는 건 점성술사의 일이었다. 화학의 시작이 연금술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케플러는 점성술사인 동시에 수학자이기도 했다. 수학자가 우주를 들여다보자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 거다. 천문학 쪽으로도 수학 쪽으로도.


나는 우주의 이런 점을 사랑한다. 하늘을 올려다보기만 한다면 누구나 아마추어 천문학자가 될 수 있다는 점. 분명 내가 천문학이 아닌 다른 전공을 공부한 덕분에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이 있을 거다.




좋은 세상이다. 나는 내 방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들고 NASA 라이브로 역사적인 순간들을 맞이하고는 한다. 모두가 최전방에서 개척자가 될 필요는 없다.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들도 많다. 그 일들도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다. 천문학은 예술과 비슷하다. 당장 눈에 띄는 실질적 쓸모가 있지도 않고, 그게 왜 필요하냐는 질문에 명쾌하고 객관적인 하나의 답을 내놓을 수도 없다. 하지만 분명히 필요하다.


음... 어쩌면 나도 또 다른 방향의 최전방에서 개척자일 수도 있겠다. 일단 나는 이런 우주 굿즈를 만드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있었다면 내가 직접 뛰어들어 만들지는 않았을거야. 그냥 돈 주고 사서 즐겼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