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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또 Aug 16. 2015

Hola, 부에노스 아이레스

처음 만난 남미, 부에노스 아이레스. 오래된 낡은 드레스 같은 도시.

길고 긴 비행 끝에 도착한부에노스 아이레스.

'항공마일이지 꽤 생겼겠지?'

도착하자 마자 다른 비행을 생각하다니. =_=


공항 택시를 타고 지나가면서 본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생각보다 좋아 보였다.

대도시. 여느 나라의 대도시와 별반 차이 없어 보인다.

넓은 도로, 쌩쌩 달리는 자동차. 아직 배낭여행을 한다는 실감이 안드는건 왜일까?


-


택시는 무사히 우리를 숙소에 떨구고 갔다. 

호스텔은 유럽풍의 100년 넘은 건물.

벨을 누르고 들어간 호스텔의 리셉션의 젊은 직원은 퉁명스러운 표정이다.

(피곤하겠지, 하긴 한국인을 만나도 딱히 반가울게 없는 한인 호스텔이지..)


한인민박이라 동네 정보나 여행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분위기상 선 듯 물어봐지지 않는다.


방 배정받고 달라를 아르헨티나 페소로 환전하기 위해 나온 플로리다 거리.

플로리다 거리 여기저기 "깜비오"를 외치는 사람들. 환전율을 제시하며 흥정한다.


여행 전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를 엄청 보고 온 나에게 이곳 사람들은 낯설고, 꿍꿍이가 있어 보였다. 

때문에 다리 아프도록 걸으며 고민하고 비교하다 한 깜비오를 따라갔다.



영화 속 마피아 같은 사람이 망보고, 달라를 받고, 페소를 건넨다.

무슨 정신인지 겁이 났음에도 지폐를 한 장 한 장 확인하고, 인사를 하고 돌아나왔다.

쫄보면서 일일이 확인을 하다니;; 생각해보니 무서웠지만, 손해보는 건 싫었던것 같다. 


위험한 듯, 위험하지 않은듯한 기억을 남긴 첫 환전 경험.


환전 후 돈이 가득 들어있는 크로스 백을 매고 

(불안한 마음으로) 부에노스 아이레스 거리를 돌아다녔다.



근사한 유럽풍 건물과 넓은 공원에 감탄하다가도 

엄마 거지, 아이 거지, 부서진 도로, 쓰레기, 깨진 술병에 불안함과 안타까움이 생긴다.

내가 마주친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내 상상과 매우 달랐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자유와 열정의 도시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그건 내 기대였나보다.


번영하다 망한 도시 같은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마치 과거 화려한 기억과 추억을 먹고사는 부불리나 여사 같다.


혹은 한때는 고급스럽고 멋진 드레스였지만,
지금은 그냥 낡고 오래된 드레스같다.


그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하나 파란 하늘은 어디와 견주어도 부족하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지 않다.


내가 꿈꾸던 정열과 낭만이 넘치는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어디에 있을까?

있긴 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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