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수 네가 악마의 목구멍이라 불리는 이유를 알겠어.
호스텔에서 주는 딱딱한 빵으로 아침을 먹고 이과수 폭포로 향했다.
오늘도 역시 덥다. 아직 아침인데 후끈후끈하다. 슬리퍼에 선글라스 모자를 두르고 가볍게 출발했다.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이과수 폭포 매표소에 도착했다. 입장료는 260페소. 약 2만원정도한다. 풀문 투어보다는 저렴하지만, 비싼 느낌이다.
이과수 폭포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초록 기차를 타야 한다. 기차를 기다리는 줄이 길다
"걸어갈까?"
"아~ 그럴까?"
걸어갈까?라고 잠시 고민하는데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또 있었는지 줄을 이탈해 기찻길 옆으로 가는 무리를 발견했다. 그들의 걸음은 얼마 안가 안내요원들에게 제지당했다. 얼핏 들리기엔 '비가 많이 와서 걸어갈 수 있는 길이 없어졌다. 기차를 타고 가야 한다'라고 들렸다. 이과수 폭포로 들어가는 방법은 기차 타고 가는 것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다른 방법이 없어 기다리고 기다리다 기차를 탔다. 대략 1시간 30분 넘게 기다렸다. 기다리는 일은 싫었지만, 기차를 좋아하는 내겐 신나는 일이다.
초록색 기차가 들어오면 다들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기차를 기다린다. 다들 한결같은 마음인가 보다.
이중 눈이 가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큰 보온병과 물 잔을 들고 서있는 사람들이었다. 아.. 시원한 물 부럽지만, 저거 무거울 것 같은데, 엄청난 크기의 물통이다. 알고 보니, 마떼. 그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마떼차를 마시기 위한 준비물이었다. 물병 크기를 보면 분명 무거울 텐데, 이들은 하나도 거추장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역시 마떼사랑!
기차에서 내리면 계속 사람들이 향하는 곳으로 따라가면, 악마의 목구멍 사인이 보인다. 사인이 향하는 쪽으로 따라 걸어가면 악마의 목구멍을 볼 수 있겠지? 일열로 줄을 지어 걸어가는 사람들이 한참 길게 보인다. 사람들이 예상과 다르게 차분하게 줄지어 이동한다. 남미는 무질서와 어울린다 생각했는데, 편견이다.
그나저나 이 다리리가 과연 안전한 다리일까? 폭포 위를 걸어가다니, 뭔가 신기하면서 아슬아슬한 기분이다. 얼마 전까지 공사중이여서 악마의 목구멍을 볼 수 없었다는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그 위를 걸어가자니 난 운이 좋은 편인가 싶다가도 안전하긴 한 걸까? 하는 걱정이 마음 한쪽에 계속 남았다.
한참 걸었을쯤 갑자기 주변이 점점 시끄러워진다. 아.. 시끄러워할 때쯤 악마의 목구멍에 다다랐다.
바로 폭포 위에서 보는 이과수 폭포는 엄청난 소리를 내며 물보라를 내뿜고 있었다. 물보라 때문에 목구멍 속이 잘 안 보인다. 온몸에 수분팩하는 느낌이다. 뽀송한걸 좋아하지만, 가당히 않은 일이다.
우와.. 이래서 악마의 목구멍이라고 부르는구나 싶었다. 잠깐 있었는데 온몸이 축축하다. 물보라 때문에 옷이 다 축축해졌다. 방수팩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몸소 겪어보니 알겠다.
이제 중간에 있는 다른 폭포를 보러 가면 된다. 몇몇 포인트가 있는데, 이렇게 보니 이과수 폭포가 얼마나 큰 폭포인지 알수있었다. 엄청나게 뿜어내는 폭포수를 보니, 어젯밤에 보았던 이과수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한낮의 이과수 폭포에서 느껴지는 생명력이 엄청나다.
다른 뷰에서 본 무지개와 이과수 폭포. 워낙 넓은 곳이기에 보는 곳과 각도에 따라 여러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거기다 날씨도 좋다. 합성한듯한 입체적인 구름이 파란 하늘에 총총하게 붙어있어 폭포와 진짜 잘 어울린다.
정글이다 보니, 방심할 수 없는 녀석들을 만났다. 한놈은 갑자기 뭔가를 채갈 수 있고, 다른 한놈은 뭔가 먹고 있음 몰려든다. 사람을 많이 봐서 그런지 겁이 없다. 이과수 하면 떠오르는 노랑부리 앵무새도 봤지만,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다. 그래서 대신 마그네틱 하나 구입했다. 'ㅅ'
악마의 목구멍 보트 투어는 예약을 못해 패스했는데, 보트 투어 하려면 방수가방 방수팩이 있어야 할 듯하다. 폭포 아래 가까운 곳까지 가는 보트투어는 재미있을것 같다. 6시간 넘게 이과수 폭포를 돌아다니니 얼굴은 빨갛게 달아오르고 따갑다. 선크림 엄청 바르고 모자까지 썼는데 강한 이과수의 태양 아래서는 다 소용없다 ;ㅅ;
나름 고생한 하루.
그래서 오늘의 끝은 아르헨티나의 보물 소고기+와인! 맛나게 먹고 꿀잠으로 이과수의 뜨거웠던 하루를 정리~
내일은 또 어떤 이과수가 기다리고 있을까? 살짝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