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묘한 매력의 검은 머리 아가씨를 만났어.
버스에서 내리니 열기가 느껴진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걸어가니 더 덥다.
미리 알아봤던 호스텔로 향했지만, 성수기인지라 방이 없다. 두 번째 찾아간 곳도 풀북킹, 세 번째 찾아간 곳도 마찬가지다. 덥고 습한 데 가는 게스트하우스마저 풀북킹이라니 불쾌지수가 상승한다.
점점 터미널과 멀어진다. 그러다 발견한 호스텔. 더블룸은 없지만, 남. 녀 각각 게스트룸은 있어 각방을 쓰기로 했다. 4인실방이다. 작지만 화장실도 딸려있고 쓸만하다.
아~ 배고프고 덥고 피곤하다. 우리는 오늘 저녁부터 투어가 있기에 여독을 잠시 풀고 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 근처에서 맛있는 저녁밥을 먹고 이과수행 버스표를 구입했다. 오늘의 빅 미션 이과수 풀문 투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대된다!
이과수 풀문 투어란,
보름달이 뜨는 전후로 2~3일 정도만 가능한 투어인데, 보름달 아래에서 이과수 폭포를 투어 하는 것이다.
http://www.iguazuargentina.com/ 여기서 예약 가능하다.
달빛 아래에서의 이과수 폭포는 어떨지 궁금해서 한국 출발 전부터 신청해둔 투어다. 덕분에 암환율이 아닌 공식 환율로 비싸게 투어를 예약했고, 우리의 동선은 조금 꼬였다. '그래도 하고 싶은 건 해봐야지. 궁금하면 가봐야지'하는 마음에 폭풍 검색 후에 신청했다.
버스는 한참을 달려 해지기 전에 이과수에 도착했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어쩌지? 하는 사이에 이동하는 사람들 발견. 이 시간에 이동하는 사람은 다 비슷한 목적일 거라 짐작하고 따라가 보니 모여있는 사람들 무리를 발견했다. 간단한 음료와 스낵을 파는 곳과 예약증을 투어 티켓으로 바꾸는 곳이었다. 티켓을 바꾸고 이래저래 구경하다 보니 해가 지기 시작한다. 해지는 하늘이 보랏빛으로 물든다.
이과수 풀문 투어는 하루 총 3타임 투어가 있으며, 우리는 가장 이른 시간의 투어를 예약했다. 예약자들은 스페인어 가능 팀과 영어 가능 팀으로 나뉜다. 우리는 영어도 별로지만, 스페인어보다는 조금 더 알아들을 수 있기에 영어 가능팀으로 갔다. 나뉜 팀은 순서대로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달빛 아래 이과수로 들어간다.
(어둡고 다칠 수 있기에 주의사항을 상당히 오래 들었다.)
가이드를 따라 들어가면 처음 눈이 익숙해지기 전에는 폭포 소리만 들릴뿐 보이는 게 별로 없었다. 눈이 익숙해질 무렵 달빛 아래의 폭포가 보이기 시작했다.
오묘하다.
포인트를 이동하면서 계속 달빛 아래 이과수 폭포를 본다. 사진으로 잘 찍을 수 없어 그날의 느낌을 온전히 전달할 수 없어 안타깝다.
검은 물에 빨려 들어갈 것 같아 순간 오싹했다. 가이드가 뭐라 뭐라 설명하는데,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설명을 잘 알아들을수 있다면 좀더 풍성한 투어가 되었을텐데, 아쉽다.
어둠속에서 폭포를 계속 보고 있자니 순간적으로 어질 해진다.
2시간 조금 안 되는 이과수 투어가 끝나면 이런 곳에서 샴페인 혹은 저녁을 제공한다.
예상보다 이과수 깊이 들어가지 않아 투어가 조금 아쉬웠지만 이과수에 대한 흥미는 오히려 커졌다.
내일 밝은 날 보게 될 이과수 폭포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