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푸른 점

by 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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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향하려는 인간의 마음. 그것은 어디서 생긴 것일까요.

어쩌면 그건 빅뱅이 있던 그날부터 이어진 우주와 별 그리고 우리의 연결점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기에 별을 향하려는 마음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겠죠. 귀향의 마음이라고 말입니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그는 천문학 연구는 물론이고 다양한 우주 산업에 몸담곤 했었는데요.

그런 그의 위대한 업적 중 하나는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이었습니다. 무인 탐사선 보이저 1호는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채 우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우주를 탐사하는 임무를 해내고 있었죠.


그런데 그때, 칼 세이건이 말했습니다. 보이저 1호의 시선을 돌려달라고.

모르는 이들은 그저 뒤를 한 번 바라보는 일이니 그리 어렵지 않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정해진 궤도를 향해 가는 무인 탐사선의 시선을 돌리는

일은 그야말로 큰 위험이 따르는 일이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모든 것을 망쳐버릴지도 모를 그런 일. 하지만 칼 세이건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보이저 1호는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엔 우리가 사는 지구.

너무나 광활하고 너무나 아름답다 믿고 있던 그것이 있었죠.


하지만 보이저 1호가 찍은 사진에는 푸르고 거대한 지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누가 말해주지 않으면 지구라고 알 수 없을 것 같은. 말 그대로 창백한 푸른 점과 같은 형체가 있을 뿐이었습니다.


칼 세이건은 바로 이 모습을 지구에 사는 모든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가 우주로부터 생각하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그 작은 존재 안에서도 아등바등 사는 인간은 또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그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을 남겼죠.


“우주라는 광대한 스타디움에서 지구는 아주 작은 무대에 불과합니다. 인류 역사 속의 무수한 장군과 황제들이 저 작은 점의 극히 일부를, 그것도 아주 잠깐 차지하는 영광과 승리를 누리기 위해 죽였던 사람들이 흘린 피의 강물을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우리를 둘러싼 거대한 우주의 암흑 속에 있는 외로운 하나의 점입니다.”


칼 세이건의 말과 함께 다시금 떠올려 봅니다. 우주 속 창백한 푸른 점.

그 안의 사는 작디작은 우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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