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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네로 Dec 27. 2021

누구나 저마다의 떡볶이 맛집 하나쯤은 있죠

맛집 리스트가 다른 이유

  을만하면 눈에 띄는 '서울 떡볶이 맛집 리스트' 떡볶이 덕후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거기에 릭하고 싶어지는 제목까지,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서울 떡볶이 맛집> <서울 원조 3대 떡볶이> 같은. 3대는 가끔 5대나 10대로 바뀌기도 하지만 무튼, 소위 도장깨기를 하고 싶은 마음으로 훑어본다.

  그런데 상하다. 떡볶이 리스트 따라 차이가 컸다. 유명한 집의 순위가 뒤바뀐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처음 들어보는 만으로 이루어진 완전히 다른 리스트도 있었다. 서울에 맛집으로 손꼽을 떡볶이 가게가 이렇게 많았다니. 그만큼 사람의 입맛이 다양하다는 걸까? 떡볶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분식집도 어나면서 목록이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 보다. 쨌든, 가 볼 곳이 더 생겼다는 건 나 같은 분식 마니아에게는 즐거운 소식다.




  여자고등학교가 있는 동네로 이사했던 적이 있다. 교 옆이니 이름난 동네 집 하나는 있지 않을까 했는데 마침 바로 앞에 즉석 떡볶이집이 있었다. 작고 허름해 보이는 외관, 단 한 번 들어가 봤다. 떡볶이는 나치게 맵거나 달지 않아 무난 남은 소스에 참기름과 김 가루를 넣어 볶아먹는 밥도 괜찮았다. 좁은 테이블과 사방에 가득한 학생들의 낙서그야말로 분식집의 분위기를 더해범한 떡볶이 맛을 더 살리는 것도 같았다. 아무려면 어떤가, 나는 그곳이 마음에 들었다. 의 소박한 분위기는 모르는 동네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두려움을 잠시 잊게 해 주었다.

  그 이후로 서울과 경기도를 넘나들며 이사를 많이도 했다. 낯선 곳에 적응해 나가는 건 예나 지금이나 어렵다. 때로 반짝이는 설렘을, 때로는 그득한 상처를 안고 시작했던 새로운 터전에서의 삶. 나는 여고 앞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며, 가장 먼저 동네 떡볶이집을 찾는 것으로 새 생활에 대 의지를 세우곤 했다. 근처 분식집을 찾아내고, 천천히 걸어가서 떡볶이를 먹은 후 주변을 구경하며 집에 돌아오던 그 시간을 통해 동네에 빠르게 정을 붙였던 것 같다.


  예전 그 즉석 떡볶이집이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곳이라는 건 뒤늦게 알게 되었다.  오래되어 나름 고정팬(?)이 많은 집이라고도 했다. 우연히 찾아갔다가 좋아하게 된 그곳이 명한 맛집이었다니! 쩐지 뿌듯한 느낌이었고 그때부터 맛집 리스트에 대한 기대를 품었다. 갈 수 있는 곳에는 적극적으로 찾아가 보며, 어떤 조합의 메뉴 최상인지 미리 조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 입맛과 맛집 순위가 항상 일치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실망한 적도 많았다. 아무리 궁극의 맛이라 해도 결국은 떡볶의 맛, 어쩌면 기억에 남는  먹는 사람이 맛 이상의 무언가를 느낄 때 완성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여고 앞 작은 분식집의 떡볶이 맛이 평범했지만 내게는 그 이상으로 기억되는 것처럼 말이다. 포스팅마리스트가 제각각이었던 것을 그제야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떡볶이 맛집 리스트를 찾아본다. 타인의 맛을 내가 느낄 수 없다는 것도, 어차피 눈이 확 떠질 정도의 기가 막힌 맛이 없다는 것도 안다. 그저, 가끔 돌아다니며 새로운 분식집 찾아가는 게 즐겁다. 아하는 떡볶이 먹으러 훌쩍 찾아간 곳에서 생각지 못한 추억이 쌓일 수도 있을 것이다. 잘 먹고 돌아오는 길엔 볶이의 쫄깃 맛 매콤한 냄새 둘러싸였던 그 시간이 또 하나의 기억으로 남겠지. 그리고 내 맛집 리스트에는 하나가 더 추가되겠지. 늘도 한 집 발견했다. 길 찾기 앱에서 위치와 버스 편을 확인한다. 이제 곧, 출발이다.

최근에 다녀온 곳. 테이블 정리를 좀 하고 찍을 걸 그랬어요.


디네로 소속 한국문인협회 직업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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