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Fille de Seoul Dec 30. 2020

나의 부모는 나에게 흙수저를 물려주기로 선택했다

선택적 흙수저라는 개념도 성립될 수 있을까

금수저나 흙수저는 보통 부모의 능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경제적 능력이 출중한 부모를 둔 경우 금수저, 그렇지 못한 부모를 둔 경우 흙수저라고 한다.


그런데 만약 내 부모가 경제적으로 풍요로울 수 있었음에도, 그렇지 않기로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되는가?


예를 들면 부모가 로펌 변호사나 대학병원 의사와 같은 고수입직종에 근무하다가, 돌연 시민운동가나 종교인이 되기로 결심했다면? 그렇다면 나는 흙수저인 것인가 금수저인 것인가?


(* 물론 시민운동가나 종교인이 모두 저수입이 아니라는 것은 최근 이슈가 된 몇몇 종교인들이 보여주었고, 해당 직종이 꼭 저수입을 거둬들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그런 것을 다 떠나서 일반적인 사회현상을 본다고 가정하겠다)


그렇게 치면 사업을 잘 운영하다가 망한 집도 마찬가지이지 않냐는 말을 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나는 두 경우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사업이 망하는 것은  의도적으로 선택 할 수 없는 것이지만, 종교인이 되거나 시민운동가가 되는 것은 의도를 가지고 선택 할 수 있는 문제이다.


내가 여기서 궁금한 것은 부모의 후천적 선택으로 인한 경제적 빈곤도 흙수저라는 레이블을 붙일 수 있는가이다.


앞서 말한 예시로 조금 더 상세하게 들어가보자.


A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울대학교 CC 부부이다. A의 아버지는 서울대 병원의 외과의 전문의다. A의 어머니는 고등학교 교사이다. A는 경제적 풍요로움 속에서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 일부를 보냈다. 그런데 A가 중학교에 입학한 시점에 아버지는 본인의 진로를 바꾸기로 선택을 한다. 대학 병원 의사를 계속 한다면 본인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는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사회적으로는 크게 기여하는 바가 없다고 느껴서이다. 병원은 돈을 지불하는 사람만 올 수 있지만, 사실 의료의 혜택이 필요한 건 지불 능력이 있는 사람들 뿐이 아니다. A의 아버지는 A가 중학생이 되던 해에 아프리카에 진료소를 개원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실행에 옮긴다. A의 아버지는 “개천용”이고, A의 어머니 역시 외가 쪽에 쌓인 부가 따로 없다. 안타깝게도 A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부동산 투자를 일찌감치 하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로 인한 별도 수익도 없다. A네 식구는 주로 아버지의 경제적 능력에 의존하고 있었으나, 아버지의 진로 변경으로 더 이상 “부유한 가정”이 아니게 되었다. 그렇다면 A는 흙수저가 되는 것인가? 분명히 A의 아버지는 A를 금수저로 만들어줄 수 있는 역량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단지 흙수저가 되기로 선택했을 뿐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본인의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하는 데 있어 경제적 풍요를 우선순위로 두지 않았을 뿐이다.


흙수저와 금수저는 부모를 오로지 돈이라는 가치로만 판단하는 개념이다. 부모의 인격 수준, 윤리 관념, 교육 수준, 사회적 성취 수준 (건물주/땅부자와 대기업의 CEO는 둘다 부유하지만 사회적 발언권 및 영향력과 연결되는 사회적 지위가 다를 것이다) 등은 모두 배제시킨 매우 평면적인 개념이다.


그래도 어쨌건 자본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돈이기 때문에 금수저/흙수저 개념의 옳고 그름은 우선 배제시키고 온전히 재정적 수준을 한 집안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는다면, 적어도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선택적 흙수저"라는 개념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닐까?

Fille de Seoul 소속 직업에세이스트
구독자 16
매거진의 이전글 이직할까? 사직서 FLEX 전 마지막으로 생각해볼 점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