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 소독, 살균, 멸균의 차이
남편이 타투업계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자연스럽게 타투샵이라는 공간에 관심을 갖게 됐다. 간호사로 일하면서 감염 관리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는 모든 것이 프로토콜대로 움직인다. 멸균된 도구, 철저한 손 위생, 단계별 소독 절차. 그런데 타투샵은? 과연 그런 기준이 있긴 있을까? 어떻게 적용될까?
우연하게 타투이스트 몇 분을 알게 되기도 했고, 그들의 타투샵을 보면서, 나는 간호사의 눈으로 체크리스트를 돌렸다. 어떤 샵은 한쪽 구석에 오토클레이브가 놓여 있어 안심이 됐고, 어떤 곳은... 글쎄,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다. 타투는 단순한 예술이 아니다. 피부를 뚫는 침습적 행위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은 간호사로서 타투샵의 위생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사람들은 "깨끗하다", "살균했다", "소독했다", "멸균했다"를 비슷한 의미로 쓴다. 심지어 제품 광고에서도 이 용어들이 마구 섞여 쓰인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 이 네 가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타투샵을 선택할 때도 이 차이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위생(Sanitation/Hygiene)**은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청결 유지다. 세제로 닦고, 물로 헹구고, 눈에 보이는 오염물을 제거하는 것. 제대로된 방법을 쓴다면 병원성 미생물의 상당수를 제거할 수 있다. 집에서 식탁을 닦거나, 바닥을 쓰는 것과 같다. 타투샵의 대기실 의자나 문손잡이, 바닥 청소가 여기에 해당한다.
**살균(Germicidal/Bactericidal)**은 조금 애매한 용어다. 사실 한국어에서는 '소독'과 거의 같은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살균은 "미생물을 죽인다"는 작용 자체를 의미한다. 가전제품에서 "살균 기능", 세제에서 "살균력"이라고 쓰는 것들 말이다. 알코올 살균제, 과산화수소 살균제처럼 '미생물을 죽이는 물질'을 뜻하기도 한다.
중요한 건, 살균이 '모든' 미생물을 죽인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적인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죽일 수 있지만, 포자까지 제거하지 않는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살균했다"보다는 "소독했다" 또는 "멸균했다"는 표현을 더 정확하게 구분해서 쓴다.
**소독(Disinfection)**은 대부분의 병원성 미생물을 제거하거나 무력화시키는 과정으로, 수준에 따라 세 단계로 나뉜다.
-고수준 소독은 결핵균, 바이러스, 진균을 모두 죽이고 일부 세균 포자까지 제한적으로 제거한다. 병원에서 내시경을 소독할 때 쓰는 수준이다.
-중수준 소독은 대부분의 세균, 결핵균, 많은 바이러스와 진균을 죽인다. 하지만 세균 포자는 제거하지 못한다. 타투 체어나 작업대를 알코올로 닦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중수준까지는 해야 결핵균 등의 내성이 있는 균들을 무력화 할 수 있다.
-저수준 소독은 일반적인 세균과 일부 바이러스, 진균을 제거한다. 가정에서 락스로 바닥을 닦거나,
여기서 핵심은 '소독'이라는 개념 자체가 "대부분"을 제거한다는 것이지, "전부"를 제거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가장 끈질긴 세균 포자는 일반적인 소독 과정에서 살아남는다. 흔하게 살 수 있는 크리넥스 소독티슈로 닦는 정도다. ( 참고로 랩신의 소독티슈는 성분이 에탄올이라서 어느정도 중수준도 될 수 있다 )
**멸균(Sterilization)**은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모든 형태의 미생물을 100% 제거하는 것이다. 세균도, 바이러스도, 곰팡이도, 가장 끈질긴 세균 포자까지 모두 죽인다. 생존 가능한 미생물이 단 하나도 남지 않는 상태. "무균(Sterile)"이라는 절대적 기준을 목표로 한다.
수술실에서 쓰는 메스처럼, 무균 조직에 들어가는 모든 것은 멸균되어야 한다. 타투 니들도 마찬가지다. 피부를 뚫고 진피층으로 들어가니까.
병원에서 쓰는 멸균 방법은 여러 가지다. 가장 흔한 건 고압증기멸균(Autoclave)으로, 121도에서 15-20분 또는 134도에서 3-10분간 고온 고압 증기로 처리한다. 건열멸균은 160-170도에서 1-2시간 가열한다. 산화에틸렌 가스 멸균이나 플라즈마 멸균은 열에 약한 기구에 사용한다. 방사선 멸균은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일회용 의료기기에 쓰인다.
정리하면 이렇다. 위생은 "깨끗하게", 살균은 "죽이는 기능 자체를 의미", 소독은 "대부분 제거", 멸균은 "완전히 제거".
★결론은! 타투샵에서 니들은 멸균, 작업대는 소독, 대기실은 위생이 필요하다. 이 차이를 알아야 안전한 타투샵을 선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