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그날의 아침.

20191031.

by 어진
마치 라라랜드의 한 장면 같았던.


"형. 나 헌팅턴비치 가고 싶어."

새벽기도를 마치고 온 형에게 함께 드라이브하러 가자고 재촉을 했고

귀찮은 듯 했지만 형은 이내 운전석에 앉아 차를 몰았다.

집에서 헌팅턴비치는 대략 20여분, 어둑한 길을 달리며

우리 두 사람은 별 다른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형이 LA로 넘어온지도 어느새 8년이 훌쩍 넘었고

가족들과 함께 낯선 곳에서 뿌리내리며 살아내느라

마흔 중반이 되도록 녹록치 않은 시간을 보냈기에

본인의 감정을 드러내거나 소위 말하는 엄살을 부리는 일에 익숙치가 않다.


"형은 좋겠다. 이런 휴양지같은 곳에서 항상 살아서.."

지난 15년도, 미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툭하고 건넨 말에 갑자기 정색을 하며

"나는 단 한번도 이곳이 휴양지라고 생각한 적 없어"

손사래치던 모습이 오버랩되며

애잔한 맘이 들었던 기억이 다시 되살아났다.




"이제 가자! 나 애들 학교 데려다 줘야 해"

"아름답다. 참 좋네! 집으로 갑시다."


떠오르는 해로 붉어진 하늘과

이른 아침부터 서핑을 즐기는 부지런하고 건강한 사람들로 인해

새롭게 시작될 하루가 기대되었던

어느 날의 아침.




Nikon FM2 + 50.4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