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을 찾아서(8): '만약에'는 과연 지옥일까?
글쓰기 좋은 질문 642, 글쓰기 더 좋은 질문 712
*'730을 찾아서'는 하루에 한 권씩 총 365일 동안 읽어도 좋을 문학책, 비문학책 각각 365권을 찾아 서재를 완성하는 꿈을 이루기 위한 책 일기.
541 당신이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 한 명을 인터뷰하라. 이전에는 묻지 않았던 질문을 해보라.
이 질문을 앞에 두고 한참을 생각했다. 아니, 몇 날 며칠을 한 자도 쓰지 못했다.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거니와, 잘 안다고 생각한다면 무슨 질문을 던질 수 있지? 근데 타로가 도움을 줬다. 틈틈이 배워둔 게 요즘 부쩍 쓸모가 있다. 이론과 실기를 고루 굴려본 2025... 험난했지만 의미 있었고.
A: 경영학과에 갈 건데 마케팅이 잘 맞는지는 모르겠다고?
B: 네
A: 네가 팔고 싶은 건 뭐야?
B: 저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걸 좋아해서 이벤트 회사에 들어가고 싶어요.
A: 아, 서비스직이 맞다고 생각하는 거구나.
B: 네, 그런데 저희 아버지 말씀으로는 저한테 창의적이거나 기발한 면이 보이진 않는데요. 그리고 무엇보다... 경영학과 나와서 뭐 할 거냐고...
A: 그럼 네 강점이 뭔지 볼까?... 네 강점은 행동력, 책임감과 꼼꼼함이야. 경영학과 말고 다른 학과는 어디 썼지?
B: 경제학과랑 무역학과요.
A: 아까 토익 준비한다고 했으니, 무역학과는 어때? 나중에 전과를 해도 좋고.
B: 한번 생각해 볼게요.
이 밖에도 B가 생각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과 3년간의 노력으로 아주 많이 지쳐있다는 걸 알게 된 시간.
542 지금으로부터 5년 뒤 당신이 걱정하게 될 것들에 대해 써보라. 10년 뒤, 30년 뒤에 걱정할 것들도 각각 써보라.
5년 뒤에도 이렇게 핑계가 많으면 어쩌지.
10년 뒤에도, 30년 뒤에도.
180 내 인생으로 위인전을 쓴다면 책 제목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181 소설로 쓴다면 제목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182 살인 추리소설로 쓴다면 제목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183 로맨스 소설로 쓴다면 제목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256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에는 "노란 숲 속에서 같이 두 갈래로 났습니다"라는 문장이 있다. 길이 갈라지는 곳의 이정표에는 뭐라고 적혀 있는가?
608 다른 사람의 글 중에서 멋있다고 생각하는 문장 하나를 선택하라. (긴 문장일수록 더 좋다.) 품사를 염두하며 그 문장의 모든 단어를 그대로 적어라. 이제 당신만의 단어를 사용해서 그 문장의 스타일과 비슷한 문장을 써보라. 선택한 문장의 명사, 관사, 동사, 접속사 등을 당신의 명사, 관사, 동사, 접속사로 바꿔보는 것이다.
아무것도 쓸 수 없었다. 하지만 내내 안에서 일렁이는 것들이 나를 헤집어 놓기도 하고, 멍하게도 하고. 무기력했던 삶에 물음표를 잔뜩 만들어준다. 이 질문에 대답해 보려고 애쓰는 동안, 앞으로 당분간 삶이 결말이 정해진 소설처럼 뻔할 거라는 생각은 접었다. 내게 '만약에'라는 가정은 늘 한가한 소리고, 쓸데없는 짓이었는데. 아닐지도 모르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