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진심 독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픈손가락 Sep 23. 2022

나는 책읽기로 내 삶을 지켰다.

더 늦기 전에 다시 나는 책

빈손으로 태어난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책과 사랑이다. 누군가를 내 목숨보다 사랑한다면 살아가는 세상 별로 무서울 것이 없고, 살아가는 법에 대한 진지한 조언 가득한 책까지 들었다면 세상 겁낼 것 하나도 없다. 이 두 가지를 믿으면, 세상 걷는 걸음, 거칠 것이 없어진다. 이보다 더 든든한 좌군 우군이 또 어디 있을까?


목표를 빙 돌아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더라도 나는 움직였다는 사실에 큰 의미를 두는 사람이다. 그것이 겁나서, 쓸데없이 느껴져서, 가만히 제자리에 머물면 그건 살아있다고 할 수 없다. 내 기준에서는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읽기 전과 후, 단 한 번도 날 제자리에 그냥 내버려 둔 적이 없다. 그래서 내겐 독서가 가장 큰 삶의 무기고, 친구며, 연인이다.


읽고 나면 책은 나를 크고 작은 변화 속으로 밀어 넣는다. 어떨 땐 지나치게 과격할 만큼 과감하고, 어떨 땐 이래서 되기는 할까 싶도록 소심 쩍다. 어쨌든 변화를 위한 것이니 과감하건 소심쩍건 나를 가만히 제자리에 머물지 않게만 하면 된다. 나 움직이는 것이 좋다. 움직임에는 절대 편견과 고정관념이 똬리를 틀고 주인 행세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깨달음의 과정이 그렇듯 우린 가끔 탄식과 아픔으로 순간을 버텨야 할 때가 있다. 이건 친한 친구나 사랑하는 가족이라도 대신해 줄 수 없다. 책은 또 그럴 때 고맙게도 경각심을 가지라 냉정하고 날카로운 충고를 해준다.


"너 진짜 인생 그딴 식으로 살래?"

"너 부끄럽지도 않니?"

"그걸 바꾸지 않으면 넌 언제나 그렇게 살아야 된다는 걸 명심해"


웬만큼 가까워선 할 수 없는 충고에 화들짝 놀란 적도 많다. 그런 면에서 책은 우리를 위해 기꺼이 '악역'을 자처하는 참 고마운 존재다. 그리고 그 책 안에는 아무리 친한 친구, 가족이라도 선뜻해 줄 수 없는 매서운 죽비(竹篦)가 가득 들었다.


때론 책이 그 어느 누구보다도 따뜻한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나는 한때 어느 이름 모를 책의 단 한 문장 앞에 멈춰 서 정말 넋 놓고 펑펑 울었던 적이 있다. "괜찮아, 너만 그런 게 아냐, 그러니까 힘내", 지금도 이 문장만 생각하면 난 눈물이 난다. 그땐 꼬이고 꼬인 일이 너무 힘들어 불안 했었다. "이 일을 나는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좋은 생각만 해도 극복할 둥 말둥인데 이미 마음 깊은 곳에선 내가 하고 있는 일의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었다. 그걸 깨닫고 나니 난 더 기가 죽어 의기소침해졌고, 극복을 위해 전력을 다하곤 있지만 늘 불안한 상태였다. 그런데 괜찮다니. 너만 그런 게 아니라니. 이보다 더 큰 위로가 어디 있을까. 어찌 됐든 난 그 한 문장으로 위로를 받았고, 그 위기를 잘 극복해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


무엇보다 책이 정말 인생에 큰 도움 되는 때는 아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언을 해 줄 때다. "인간이 하는 모든 행동은 결국 좋은 습관 아니면 불필요한 나쁜 습관, 둘 중 하나다." 라거나 "문제가 안 풀릴 때는 끝없이 스스로에게 자문하는 것이 좋다."와 같은 충고들이 그것이다. 화자(話者)가 현명한 학자나 박사도 아닌데도 청자(聽者)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명쾌 상쾌 통쾌할 수가 없다.


이처럼 책은 우리가 제대로 된 정체성과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열정과 에너지, 그리고 꿈과 비전이 생기도록 돕는다. 그것이 바로 내가 늘 책을 가까이하면서 읽는 이유다. 그래서 한 눈이라도 팔면 순식간에 코까지 베어 가는 세상이지만 복잡하고 빠른 일상 중에도 난 책 읽기를 빼먹지 않는다.


세상 본질은 언제나 변함이 없다. 애석하게 우린 그 본질을 바라보면서도 색안경을 끼고, 제대로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정작 중요한 본연의 모습은 보지도 못한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는다. 나는 내 삶 다하는 마지막 날이 의미 있기를 바라기 때문에 책을 읽는다. 나는 내 삶이 내가 떠난 후에도 오랫동안 가치 있는 삶이었다고 기억되길 바란다.


책은 내게 새로운 삶을 가져다준 참 고마운 존재다. 그저 땜질식 요령으로 살아온 허망한 삶을 조금이나마 가치 있고 의미 있게 만들어 줬다. 모든 것을 다 잃었다 생각한 절망의 끝에서 아직 스스로 일어설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줬다. 나는 그 기회를 터닝 포인트로 삼았고, 오늘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었다.


나는 지금도 매일, 매시간, 매 순간,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 독서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창의적인 습관을 이어간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엿보기도 하고, 나만의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기도 하면서 책에서 배운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실천해 간다. 어떨 땐 괜찮다고, 잘 하고 있다고, 무한한 지지와 격려를 보내고, 어떨 땐 너 지금 뭐 하냐고, 그렇게 해서 네 인생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겠냐고 호되게 꾸짖는다.


얄궂은 우리 인생 태어나 성장하며 저지른 제각각의 과오로, 가는 날이 한날한시로 정해져 있지 않다. 오늘 저 길모퉁이를 돌아서면 내 인생의 마지막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죽음 이후에 벌어질 암흑, 이후 다시 지금과 같은 삶을 장담할 수 없다면, 나는 한시라도 더 깨어서 생각하고, 울고, 웃으며, 온 티끌을 다해 사랑하고 생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


그 동안의 고마움을 나는 고스란히 이 책에 담으려 애썼다. 하지만 그 엄청난 깨달음과 감사함을 다 표현하기엔 아직 내가 가진 글재주가 너무 미천하다. 내가 깨달아 실제로 하는 모든 독서 방법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자기 주도적이고, 열성적인 사랑의 독서가 어떻게 삶을 변화시키고, 새로이 조각해가는지도 설명했다.


글을 쓰는 내내 행복했다. 물론 단 한 줄의 진도도 나가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또 하면 된다는 것을 안다. 문은 두드리면 반드시 열린다. 안이 비어 있지 않는 이상 누군가 안에 있다면, 두드리면 반드시 문은 열리게 되어 있다. 그게 섭리요. 이치다. 책이란 것도 이 문과 같아서 계속 두드리면 열린다. 이 책이 여러분의 새 삶 문을 열어주는 키가 됐으면 내가 너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이 선 그 자리가 끝이 아니란 믿음을 가져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