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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 Jul 14. 2024

삼천원 치킨의 행복

 배달음식을 거의 먹지 않다 보니 어제 점심 초대를 위한 피자 주문도 전화로 했다. 전화로 주문을 해보고 안되면 J에게 부탁해야지 했는데 사장님은 흔쾌히 내 전화주문을 받으시고는 "맛있게 해서 보내드릴게요!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했다. 그 덕인지 피자는 정말 끝내주게 맛있었다.

 

 약속이 없는 이상 집에서 밥을 해 먹고 있다. 우리 엄마는 '남이 해준 밥은 다 맛있다'는 보통의 엄마들과는 달리 본인이 한 음식이 한 음식이 제일 맛있다며 언제나 솜씨 좋게 상을 차리셨고 그걸 보고 자란 덕인지 나도 요리를 곧잘 하는 편이다. 특히 요새는 퇴사 후 시간이 아~주 많아졌기에 다양한 음식들을 시도해보고 있다. 바르셀로나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치즈케이크를 굽는다거나 생각보다 간단해서 자주 먹고 있는 샤브샤브 등. 그 외에도 반경 1km 내에 중형 마트가 대여섯 개는 되는 우리 동네의 장점을 살려 싸고 좋은 식재료들을 사서 다양한 음식을 시도 중이다. 특히 이번주에는 복날을 맞이해서인지 닭이 아주 저렴했는데 마리에 2,980원인 닭볶음탕용 닭을 두 팩을 사 왔다. 한팩은 지난주에 남은 떡볶이 양념을 넣고 닭볶음탕을 해 먹었고 남은 한 마리는 오늘 에어프라이어를 이용해 치킨을 튀겼다. 어젯밤 찾아본 유튜브의 에어프라이어 레시피를 참고하여 집에 있는 재료를 활용해 만들었는데 정말 맛있는 간장치킨 맛 딱 그 맛이 났다. 배가 고프다며 힘이 없던 J는 먹더니 눈이 휘둥그레지며 박수를 쳤다.


"요리가 날로 느는데?"


 간단히 만들었지만 정말 맛있어서 스스로도 놀라웠다. 3,000원에 이런 맛이라니! 튀김가루와 감자전분이 없어 집에 있던 부침가루와 냉동실에 있던 식빵을 강판에 갈아 섞어 넣었는데 그 튀김옷이 마치 닭다리 과자맛이 났다. 그리고 원 레시피에는 없던 마늘 듬뿍과 파가 또 정말 잘 어울렸다.



 치킨을 먹으며 J는 요새 읽고 있는 책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누구든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를 과시하는 성향이 있다는 책 내용. 그 책을 읽으며 사람들을 관찰하니 정말 돈, 친구, 명품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이 본인들을 과시하는 게 보인다고 했다. 본인은 운동으로 과시를 하는 것 같다고 하고. 나는? 이라고 물어보니 내가 수시로 들여다보고 있는 브런치 조회수와 요리 실력?, 이라고 답하며 웃었다.


"요즘 흔하지 않은 인재긴 하지. 이렇게 소소한 거에 행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그러게 정말 그렇긴 하다. 3,000원짜리 닭으로 만든 치킨에 스스로 감탄하고, 브런치 글에 누군가 남긴 라이킷과 댓글 하나에 행복 게이지가 쭈욱 올라간다. 어제 1,500회에 감탄했던 브런치 조회수가 오늘은 구글 메인을 타더니 20,000에 가까워지고 있다. 신나서 가족 단체방에 캡쳐본을 올렸더니 엄마는 나를 진정시켰다.


"일희일비하지 마렴 희소야"


 그래도 어쩌나. 나는 이게 설레는 걸.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올지 모르니 나는 그냥 즐겨버리련다. 맛있게 튀겨진 3,000원 치킨과 구글 알고리즘이 선물해 준 20,000회의 조회수와 감사한 구독자님들을.   

 

 

에어프라이어 구운 후 간장, 설탕, 식초, 물 2큰술씩 넣은 소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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