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연구소 소장 김정운 동대문 구청 특강
동대문 구청에서 열린 명사 특강을 들었다. 강사는 김정운 전 명지대 교수로 방송과 서적을 통해 이름이 널리 알려진 유명한 분으로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많았었다. 강의는 기대 이상이었고 흥미와 유익이 넘치는 명강이었다. 자신의 유머 코드로 좌중을 쥐락펴락하며 행복의 진수를 명쾌하게 설파해서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강의를 몰입하고 들었다.
다음은 요약한 강의 내용이다.
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
건강은 기본이고 다음은 돈이라고 볼 수 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어느 단계까지는 돈이 절대적이지만 어떤 단계가 넘어서면 차이가 없어진다.
행복에서 차지하는 비율 중 돈은 10%에 불과하다.
타고난 성격은 50%를 차지하고 다음은 행복해지는 노력이 40%나 된다.
행복해지려면
1. 다양한 정서적 경험을 하라
긴 꼬리원숭이 실험으로 밝혀진 20세기 최고의 발견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은 '거울 뉴런'의 발견이다.
'거울 뉴런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직접 실행하지 않아도, 마치 자신이 그 행위를 하는 것처럼 뇌에서 활성화되는 신경세포다. 이 뉴런은 인간의 공감 능력, 모방, 감정이입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공감의 신경세포'라고도 불린다. 거울 뉴런은 직접 특정 행동을 하거나, 타인이 하는 행동을 관찰할 때 동일하게 활성화된다.'
내가 웃으면 상대도 웃고 내가 인상 쓰면 상대도 인상을 쓰는 것은 거울 뉴런의 영향 때문이다. 남이 웃으면 나도 따라 웃는다. 뇌가 그렇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남자는 어릴 때부터 지나치게 감정을 억압해서 거울 뉴런의 작동이 망가졌다. 그래서 여아는 고통에 공감하지만 남아는 무심하다. 우리나라의 입꽁지가 처진 3대 집단은 사장, 교수, 고위 공무원이다. 우리나라의 진정한 문제는 진보 보수의 분열이 아니라 행복이 뭔지 모르는 이들이 나라를 경영해서다.
정서공유는 수도관이다. 내가 하는 이야기는 물이다. 수도관이 없으면 다 흘러버린다.
누구나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정서를 공유한다.
정서공유는 어떻게 가능한가. 먼저 삶에 재미가 있어야 한다. 강사가 교수를 50대 그만둔 이유는 재미가 없어서였다. 막상 그만두니 무엇이 재미있는 지도 몰랐다. 그래서 싫어하는 일을 안 하기로 했다.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안 만났다.
그리고 어렸을 때 꿈꿨던 일을 하는 사람이 행복하다는 논리에 따라 그는 좋아했던 미술을 50세에 시작했다. 일본 교토 사가예술대학에 유학했는데, 아는 이 하나 없는 외진 곳이었다. 4년 동안 외로움을 견뎌냈기에 타인의 시선을 배제한 채, 진정한 자신을 만났고 인생의 목표를 새롭게 세울 수 있었다.
2. 내가 좋아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정의하라
기분 좋은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 행복하다.
배려받는 것은 아주 행복한 일이다. 고급 호텔에 가면 행복한 기분이 드는 이유는 흰 시트가 나를 배려해 준 느낌 때문이다. 재미없는 사람은 재미에 대한 환상을 가져서다. 진짜 재미는 사소한 데 있다. 새소리 듣고 행복한 사람처럼 사소한 것에서 재미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내 아이덴티티는 다른 게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게 바로 나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자신을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
3. 즐거운 리추얼을 만들어라
인생은 반복의 연속이다. 행복은 강도가 아닌 빈도다. 강아지를 키우게 되면 행복을 쉽게 깨닫는다. 빵을 한 번에 다 주기보다는 30조각으로 나누어 주면 행복이 늘어난다. 매일의 일상에서 즐거운 리추얼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반복되지만 즐거운 감정을 갖는 것이 리추얼이다. 행복은 지극히 감각적인 경험으로 식탁의 과일의 색깔이나 식탁에 풍기는 커피 향 같은 것이 행복의 요소다.
4. 공부하라
끊임없이 발전하는 공부의 주제가 있어야 한다.
지루함, 불안함, 재미가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인간이 재미를 통해 불안을 해소하고 지루함을 이겨내며 삶의 의미와 몰입을 찾는다.
5. 삶의 맥락을 바꿔라
삶이 항상 그 모양 그 꼴인 이유는 평생 같은 곳에서 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고 아는 이 없는 도시 여수를 찾았다. 여수는 섬이 365개로 우연히 한 섬에서 다 쓰러져 가는 미역 창고 발견하고 시세의 두 배를 주고 구입했다. 그 이유는 바다가 자신의 시선의 지배하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곳에 화실과 라이브러리를 짓고 음악회도 개최해 행복을 만끽했었다. 그러나 태풍 마이삭으로 큰 피해를 보았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쉽지만 그럴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각고의 노력으로 구한 희귀본 중고서적이 바닷물에 침수한 것이다. 복구에 심혈을 기울였으나 무위로 돌아갔고 결국 잿더미가 되었다.
그 비극에 대해 고 이어령 교수는
"당신은 선택된 행복한 사람으로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특별한 경험을 지니게 되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게 된 것이다. 세상에서
더 할 이야기가 없는 사람이 가장 불쌍한 사람이다."는 조언에 큰 깨달음을 얻는다.
희극은 거기서 끝이지만 비극은 끝없이 이어진다. 삶의 진정한 의미는 고통에서 만들어진다. 재난에서 의미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야기는 생각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이야기를 하려고 생각하는 거다.
장소를 바꾸기 어렵다면 파마라도 해라. 파마를 했더니 다양한 관심이 생겼다. 아예 generosity (관대함)를 타투로 새기기까지 했다.
6. 감탄하라
인간만이 갖는 독특한 상호작용은 감탄이다.
아기는 미숙아로 태어나 엄마의 감탄을 먹고 자란다. 인간과 원숭이의 근본적 차이는
원숭이가 갖지 못한 엄마의 감탄에서 기인한다.
우리는 왜 사는가. 우리는 감탄을 받고 감탄하려고 산다. 감탄을 유지하는 길은 예술에 있다. 좋은 음악과 미술은 감탄을 불러낸다.
내 인생은 그 누구도 아닌 내가 평가해야 한다.
내 삶의 유니크는 그 누구도 모른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공부는 감탄을 이어준다. 울면 슬퍼지고 감탄하면 감탄할 일이 생긴다. 아이를 키우면서 여자들은 감탄이 몸에 밴다.
행복해지기 위한 학구적으로 검증된 이론과 강사의 현실의 삶에서 체험하고 체득한 실제적 경험이 어우러진 유쾌하고 지적이며 삶을 사는데 아주 유익한 강의를 들었다. 평소 품고 살았던 좋은 내용들은 확신을 갖게 되었고 미처 생각지 못한 조언과 지혜들은 내 삶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 믿는다. 특히 행복에 있어서 50%를 차지하는 성격과 40% 노력을 잊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조금 더 행복해질 것 같다.
#특강 #김정운 #동대문구청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