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코드만 놓은 TV 광고

가장 단순한 광고가 가장 큰 반응을 만든 이유

2022년 2월 13일,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TV 앞에 앉는 날인 슈퍼볼이 열렸어요.

30초 광고 한 편에 약 70억 원이 드는 그 자리에서, 코인베이스가 60초짜리 광고를 내보냈어요.


그런데 광고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검은 화면 위에 QR코드 하나가 DVD 화면보호기처럼 이리저리 튀어다닐 뿐이었어요.

ⓒ coinbase

그럼에도 광고가 나간 지 1분 만에 사이트가 터졌어요.




모두가 유명인을 데려올 때

그해 슈퍼볼은 크립토(암호화폐) 업계의 잔치였어요.

FTX는 래리 데이비드를, 크립토닷컴은 르브론 제임스를 광고에 내세웠어요.

크립토가 뭔지 모르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친숙한 얼굴로 설명하는 방식이었어요.

CB_blog_image.jpg ⓒ coinbase

그런데 코인베이스는 반대로 갔어요.

유명인도 없고, 내레이션도 없고, 제품 설명도 없었어요.

그냥 QR코드 하나가 60초 동안 화면을 튀어다녔어요.

광고 마지막 몇 초에야 코인베이스 로고가 나왔을 뿐이예요.


이 광고를 만든 건 코인베이스 CMO 케이트 루치와 에이전시 액센추어 인터랙티브였어요.

전략은 단순했어요. "암호화폐를 설명하려 하지 말고, 일단 해보게 만들자."

QR코드를 스캔하면 신규 가입자에게 비트코인 15달러어치를 주는 페이지로 연결됐어요.




근데 광고 시청자 반응은 최하위였어

아이러니한 게 있어요.

USA투데이가 매년 슈퍼볼 광고를 시청자들에게 평가받는 'Ad Meter'라는 순위가 있는데,

코인베이스 광고는 그해 꼴찌였어요.


"뭔지 모르겠다", "광고 맞아?" 같은 반응이었어요.


근데 동시에, 광고가 나간 1분 동안 랜딩 페이지에 2천만 명이 몰렸어요.

사이트가 63분 동안 다운됐어요. 코인베이스 앱은 앱스토어 186위에서 단숨에 2위로 뛰었어요.

그 주 다운로드 수는 전주 대비 309% 폭증했어요. 광고비로 쓴 약 140억 원이 만들어낸 결과였어요.




이 이야기에서 뭘 볼 수 있냐면

코인베이스 광고가 흥미로운 건 "잘 만든 광고"여서가 아니에요.

오히려 시청자 반응은 최악이었으니까요. 흥미로운 건 목적이 달랐다는 거예요.


다른 크립토 광고들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 했어요. "우리 있어요"를 알리는 거예요.

반대로 코인베이스는 그 자리에서 바로 행동하게 만들려 했어요.

보는 사람이 "뭐지?"라는 궁금증에 스마트폰을 들게 만든 거예요.


광고를 보고 감동받은 사람은 없었어요. 근데 2천만 명이 폰을 꺼냈어요.

광고의 목적이 감동이 아니라 행동이었다면, 코인베이스는 그해 슈퍼볼에서 가장 성공한 광고를 만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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