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평일, 유동인구가 그나마 적은, 성수였다. 몇 주 전 외근으로 성수에 다녀왔다. 그러고 보니 성수에 일하러 올 때마다 비가 왔다. 궂은 날씨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많았고 팝업을 즐기는 사람도 많았다. 롯데리아 팝업에 대기를 걸어두었는데 3시간이 지나서야 내 차례가 되었다.
성수동의 젠트리피케이션이 점차 심해지고 있다. 성수동에 위치한 어느 인쇄소에서 회사 달력 감리를 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인쇄소 차장님이 곧 이사하신단다. 충격적이었다. 팝업의 성지로 변모해 가는 성수동이었지만 꽤나 오랫동안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물론 조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작년까지 경비실이었던 곳에는 어느새 다른 가게가 들어왔고, 경비원은 사무실 한편으로 자리를 옮기셨다. 목이 좋은 곳이긴 했다. 바로 앞에 유럽 감성의 브런치 카페가 있고 조금만 눈을 돌려도 팝업 스토어, 힙한 편집숍이 즐비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중심을 지키기 어려워진 것이다.
비단 부동산이 아니라 교육, 고용, 방송업계 출연료 등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삶의 격차도 커진다. 이럴 때일수록 중심을 잡아야 한다. 내가 설정한 나의 중심은 지극히 개인적인 내 삶을 사랑하고, 그 속에서 낭만을 챙기며 사는 것이다.
인쇄소 차장님, 이사하신 곳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그곳에서도 자리 잡으시길 응원하겠습니다. 장소가 바뀌어도 그 기술과 정성을 이어가실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