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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삼동까만콩 Oct 06. 2019

실수를 인정하기

"제가 잘못 생각한 것 같아요"


팀 내에서 실수를 인정하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실수를 인정하기 위해선 소통 과정에서 '그 어떠한 말을 하더라도 나에게 불이익이 없으며, 팀원들이 나를 신뢰할 것'이라는 '안정감'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이 심리적 안정감은 단순한 '편안함'과는 다르다. 안정감 있는 상태란 서로를 마냥 칭찬하거나 친절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공유될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내가 대표로 속해있는 린더팀은 그 여느 팀보다도 이 안정감을 높이기 위해 팀원 모두가 지속적으로 노력해오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우리는 항상 평균 그 이상을 위해 노력하는 팀이기에 나부터 올 한해 있었던 나의 실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남기며 이번 주말을 마무리해보고자 한다.





1. 너무 이른시기에 수익화 테스트를 진행했다.


올해 3월 초부터 투자를 위한 라운딩을 시작했고, 몇몇 투자자들의 의심을 못 버티고 결국 린더 서비스의 수익성을 증명해 보이기로 했다. 수익화 검증을 요구했던 투자자도 있었던 반면 사용자가 모이면 수익 걱정은 안 해도 된다던 투자자들도 있었는데, 나부터가 불확실성에 흔들리고 있었기에 팀원들을 설득하여 '티켓 판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티켓 판매 당시 홍보 배너 중 일부

결과적으로 보름만에 200만 원이 넘는 티켓 판매 매출을 확보하면서 일정 기반 플랫폼을 통한 수익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낼 수 있었지만, 타이밍적으로 봤을 때 이 판단은 실수였다. 나 자신이 비즈니스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면 흔들리지 않았을텐데 그러지 못했다. 수익화 검증을 요구했던 몇몇 투자자들을 빠르게 배제하고, 한동안 수익 없이 트래픽 기반의 비즈니스를 함께 만들어가고자 했던 소수의 투자자들에 집중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팀원들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던 '티켓 유통&판매'라는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위해 한 달에 가까운 시간을 소모해야 했고, 그 기간 동안 제품의 핵심가치에 대한 집중력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PMF(Product Market Fit)도 아직 찾지 못한 상황에서 돈부터 벌 생각을 한 것이다. 정리하자면 타이밍이 너무 빨랐고, 나의 부족으로 팀 전체의 소중한 1달을 허비하게 됐다.



2. (너무 이른시기에)일정 정보를 파트너 기업과 함께 만들어가고자 했다.


각 시점에 주요 파트너사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린더는 없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다만 그 파트너사의 역할을 명확히 정의하고 권한을 한정했어야 했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러지 못한 채로 어떻게든 파트너 기업을 늘리기에 급급했다.


일정 정보 '플랫폼'을 추구하는 린더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파트너 기업의 역할과 권한은 더욱더 확대되어야 하는 것이 분명하다. 다만 플랫폼을 아직 충분히 형성해놓지 못한 상황에서의 파트너 '모객' 행위는 결국 '사용자 불만'으로 돌아왔다.


일정 정보는 손이 많이 간다. 정말 많이 간다. 변동성이 강하고 세밀한 정확도가 요구된다. 이런 상황에서 린더의 가치에 설득되지 못한 일정 공급자, 즉 기업 파트너는 사용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충분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해당 과정을 겪으면서 '스타벅스의 직영점 ONLY 원칙'에 대해 공부하게 되었고, 그들이 타 커피 브랜드와는 달리 왜 이러한 정책을 끝까지 고수하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가맹/체인점을 통해 빠른 확장이 가능하지만, 직영점 ONLY에는 고객을 위해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그들의 원칙과 의지가 담겨있었다.


물론 추후 린더가 일상적인 서비스가 되고, 기업도 일정 정보 플랫폼의 가치를 충분히 느끼기 시작한다면 상황은 언제든지 변화될 수 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에, 현재 린더 앱 내 콘텐츠는 98% 이상이 '사용자 제보 & 에디터 기반 - 린더 직영'으로 전환되어 운영되고 있다.



3. (너무 이른시기에)AI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일정 정보를 제공하고자 했다.


본 브런치의 지난 글들을 통해 린더가 얼마나 다양한 AI 기업들과 협업을 해오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어필해왔다. 대기업과의 협업은 멋지다. 그중에서도 AI 대기업과의 협업은 더 멋지다. 하지만 그뿐이다.


협업을 희망하는, 또는 이미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 회사가 이제 한두 곳이 아니다 보니 조금은 맘 편히 부정적인 이야기도 남길 수 있게 되었다. 우리를 힘들게 한 곳도, 우리가 힘들게 한 곳도 있(었)다(주어는 없다).


대세는 AI고, AI가 곧 대세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 우리만 빠질 수는 없었기에 기업으로서, 비즈니스로서 시대적 기류에 탑승하는게 반드시 틀린 선택이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방법에 대한 방향 설정을 잘못했다.


우리만의 데이터를 모으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개인화된 정보를 추천해주는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야 하는 시간에, 어떻게 하면 스피커로 일정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혹자는 아직 이른 기술(음성 인터페이스)에 대한 너무 가혹한 평가가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겠지만, 실제 사용자 데이터를 확인해본 우리 팀으로서는, 이건 우리가 일러도 너무 일렀다. 정리하자면 다시 한번 또 타이밍이 너무 빨랐고, 나의 판단으로 팀의 핵심 개발 리소스가 분산되었다.




이제 와서 보니 결국 다 타이밍이 문제인것 같다. 지난 2년 반 동안 팀이 성장하며 내가 대표로서 저지른 실수들이 어디 한두가지겠냐만은, 크게 보았을 때 나의 늦은 판단으로 회사의 존속이 위태로울 뻔했다고 느껴진 세 가지 이슈들을 정리해보았다.


앞으로도 많은 실수가 있을 것이고, 앞으로도 틈틈이 나의 실수들을 고백 할 수 있었으면 한다. 나의 실수를 인정하고, 외부에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는 이 글로 하여금 팀원들이 나를 무능하다고 폄하하거나 비난하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적 안정감'이 있기 때문이다.


심리적 안정감이란 결국 '팀원들이 서로에게 상처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는가, 두려워하지 않고 변화를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가'를 의미한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개인은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며, 팀의 신뢰는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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