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라이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역삼동까만콩 Dec 29. 2019

2019년 어느 여름날의 편지

첫 장기휴가를 떠나며 남기는 스타트업 대표의 주저리주저리

'19년 08월 11일. 부산으로 가는 자전거길 어딘가에서. 




안녕하세요 June입니다. 주말에 다들 잘 쉬고 계신가요?


저는 오늘 아침 인천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길을 출발하여 겁나게 자전거 페달을 돌리고 있어요.


이 글은 제가 자전거에 올라타기 전 날, 미리 발송을 준비해둔 글입니다.


거의 1,2주에 한 번씩은 장문으로 린더의 포부와 목표를 말해왔던 제가 지난 몇 달간 좀 조용했었죠.


글을 이렇게 꾹꾹 눌러써본 게 얼마만인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최대한 압축해서, 요약해서 얘기해보도록 할게요.




날마다 선택과 집중의 연속이 이어집니다.


이틀 전 금요일에 린더와 협업을 기대하며 캘린더 심사를 신청한 대학교 담당자분과 영화 홍보 담당자분에게 아직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정중히 거절해야만 했습니다. 지난 목요일에는 K사 담당자가 저희 사무실까지 직접 찾아와 같이 하면 안 되냐는 걸 별도의 비용 투자 없이는 힘들 것 같다고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있었던 신규 채용(경영지원)에는 2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렸고, 그중에서는 정해진 포지션이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모시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자원은 한정되어있기에, 그 무엇보다도 사람에 대해서는 더욱더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기에, 다른 분들께는 아쉬운 소식을 전하고 최종적으로 정말 멋진 단 한 분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모두 잘 아시겠지만 지난 몇 달간 제가 담당해온 투자 유치는 결과가 아니라 수단입니다. 투자를 통해 우리가 시간을 벌 수 있었던 것은 맞지만, 주어진 시간과 비용이 무한한 것은 아닙니다.




며칠 전 제가 전체 회의 때 구두로 말씀드렸었죠. 시간과 비용, 즉 리소스로 판단되는 무엇이건 그것을 사용하기 전 딱 두 가지를 고민하시면 된다고. 


"스스로에게 떳떳한가", 그리고 "팀원들에게 떳떳한가".


당시에 말씀드릴 때는 충분한 고민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요 며칠간 조금 더 고민을 하다 보니 제가 한 가지 놓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고객, 즉 사용자에게 떳떳한가"


새로운 채용을 진행하기로 했다면, 그 채용으로 인해 사용자들에게 어떤 새로운 가치가 전달될 수 있는 지를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용자에게 앱 내 이벤트 참여를 요청한다면, 그들이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 대비 충분한 보상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시간을 자율적으로 쓰기 결정했다면, 아침에 늦게 오거나 저녁에 일찍 가더라도 수시로 사용자 불만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린더는 타겟이 없습니다.


아이돌 앱도 좋지만, 아이돌 앱으로만 남고 싶지는 않았기에, 우리는 지금 이 길을 걷고 있습니다. 매출을 많이 벌고 적게 벌고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타겟이 없는 종합 라이프스타일앱으로서, 린더는 하나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가고 있습니다.


외부에 나가면 간혹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린더는 '있으면 좋은 비타민'과 같은 서비스인지, 아니면 사람들의 '고통을 해결해주는 페인킬러'인지. 이 질문에 저는 조금 패기 있게 대답합니다. 린더는 '커피 같은 서비스'라고. 솔직히 없어서 죽을 것 같은 서비스는 아닌데, 조금씩 적응하다 보면 서서히 스며들어 없을 때는 허전한, 그런 서비스라고 자신 있게 대답합니다.


'커피 같은 서비스 린더'를 신뢰하는 소수의 몇몇 투자자들이 추가 투자 의사를 밝혔고, 지난주 8월 7일부로 1억의 추가 투자를 확보, 올여름 총 6억 규모로 투자를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목표를 달성한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그 프로세스에 팀 모두가 기여했다는 점이 무엇보다 축하받아 마땅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저는 앞으로 약 보름간 린더로부터, 팀으로부터 떨어져 있을 예정입니다.


그 커피 같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지난 2년 간 단 하루도 온전히 컴퓨터와 메일, 슬랙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것 같네요. 설령 몸은 컴퓨터 옆에 없더라도 정신은 항상 온라인이었던 듯합니다.


그런 제가 더 멀리 볼 수 있는 여유를 만들기 위해 처음으로, 잠시나마 억지로라도 린더로부터 떨어져 있는 기간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다행히도 각 개개인이 너무나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는 시점이기에 크게 걱정이 되지도, 두렵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커피 같은 서비스, 린더를 만들고 있는 여러분, 모쪼록 남은 주말 즐겁게 보내시고 저는 보름 후에 보다 충전된 모습으로 인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모두 잘 부탁드립니다.


세상 사람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정은 꼭 있기 마련이니까요.




부산으로 가는 자전거길 어딘가에서,

대체 이 여름 땡볕에 이걸 왜 한다고 했는지 격하게 후회하고 있는 June 드림. / 19.08.11

매거진의 이전글 실수를 인정하기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