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올리버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공동체 중심의 문화였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개인주의적 삶을 중요시한다. 개인주의적 문화가 확산되던 초창기, 사람들은 개인의 자유를 보장받고, 더 많은 선택의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여기에 뒤따르는 부작용은 발견하지 못했다. 익명성을 보장하고 이웃의 삶을 간섭하지 않겠다는 개인주의는 아무도 돌보지 않는 사람들을 등장시켰고, 현대인에게 '소외될지도 모르는' 불안감과 외로움을 안겨다 주었다.
최근 우리나라도 개인주의에 관한 부작용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 가장 화제가 된 문제는 바로 '고독사'이다. 고독사는 대부분 '소외된 이웃'에게 발생한다. 소득 수준이 낮고, 이미 가족과 연이 끊어졌고, 심지어 지역 사회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무도 모르는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초창기 고독사는 개인적인 사건으로 다뤄졌으나, 지금은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할 커다란 사회적 과제로 변했다.
책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는 개인주의가 확산된 문화권에 사는 현대인 중 68%가 자주 외로움을 느낀다고 있다. 이것은 외로움이 이미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책은 다음과 같이 외로움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한다.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는 이 현상은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은 고혈압, 식이장애, 알코올 섭취와 치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병과 관련이 있다. p.181"
외로움은 평범한 감정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매우 무서운 질병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외로움이 얼마나 우리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협하는지 인지하지 못한다. 심지어 외로움을 '의지' 문제로 받아들여 자신을 비판하는 경우도 아주 많다. 나약하기 때문에, 어른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외롭다고 생각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도 더러 발생한다.
그러나 책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는 사람들이 외로움을 겪는 진짜 이유가 있다고 말하며, 이것을 4가지로 정리해 설명한다.
경력을 위해 먼 곳에 있는 직장까지 통근하거나, 직장 때문에 자주 이사하는 일이 요즘 흔하다. 학업도 마찬가지다. 원하는 학교를 다니기 위해 고향을 떠나 살고, 의지할 사람이 없는 환경에서 사는 경우가 많다. 긴 통근시간과 잦은 이사는 사회적 교류를 단절시킨다. 의지할 사람이 없으니 혼자 밥을 먹고, TV나 유튜브를 보면서 식사를 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낸다.
주말과 공휴일에 사람과 만나지 않고 혼자 TV, 컴퓨터 게임, 핸드폰을 하면서 휴식을 취한다. 다른 사람과 직접 만나 의미 있는 교류를 하는 대신 화면을 보는 활동을 한다. 특히 잦은 SNS 활동은 진짜 사람들과의 만남을 단절시켜, 더욱 삶을 고립시킨다. 또한 온라인의 좋아요, 댓글은 우리를 다른 사람의 평가에 더욱 예민하게 만들어 외로움을 부추긴다.
경쟁에서 이긴 사람이 승리자이고, 지쳐서 번아웃이 된 사람을 패배자로 여기는 문화도 외로움을 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옆 사람보다 내가 더 멀리 나아가야 한다는 압박, 긴장을 늦추지 않으면 뒤떨어질 것이라는 불안을 부추기는 사회 현상은 사람들을 점점 더 고립된 상태로 내몬다.
녹색 공간과 생물학적 다양성은 심리적 불안감과 우울감을 낮추고, 마음을 치유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러나 도시화, 실내에서 머무는 도시적인 생활은 현대인이 자연을 볼 기회를 빼앗았다. 자연과 연결되지 못한다는 느낌은 외로움을 부추기고, 건강까지 위협하며, 개인의 행복도 앗아간다.
책《우리는 연결되어 있다》는 외로움을 벗어나려면 먼저 '독립성에 대한 환상'을 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절대 개별적으로 존재할 수 없고, 자연과 이웃과 교류하면서 사는 것이 가장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라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자아도취라는 환상을 꿰뚫어 보지 못하며, 우리의 개별 병리학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 독립성에 대한 환상을 세상과 우리 주변 사람들과의 연결성에 대한 진정한 이해로 바꾸어야 한다. p.184~185"
우리는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절대 혼자 존재할 수 없다. 몸은 기본적으로 세상과 모든 것을 공유하는 형태로 구성되어있다. 작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부터 지구 전체까지 인간은 세상 전부와 '연결'되어 있다. 결코 나는 나 홀로 존재할 수 없다. 생각해보자. 내가 무심코 사용하는 물건은 누군가의 노력이 담긴 결과물이다. 원재료를 다듬고, 도면을 그리고, 기능을 추가하고,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그 물건이 탄생했다. 여기에는 누군가의 기쁨, 슬픔, 분노, 허무함까지 담겨 있다. 조금만 넓게 생각해보면 '독립된 나'라는 말은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승려 틱낫한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이 종이를 만지는 건, 태양을 만지는 것이다. 내가 이 종이를 만지는 건 구름도 만지는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닫기 위 시인이 될 필요는 없다 내가 이 종이에서 구름을 분리할 수 있다면, 이 종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책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는 연결된 기분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활동을 할 것을 권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건강해진다.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기분은 내가 외롭지 않다는 감정을 심어준다. 심지어 집에 있기 좋아하는 사람도 때로는 사교적인 활동을 해야 덜 외롭고 덜 우울하다. 요즘은 각종 모임이 많다. 가치관과 취미만 공유된다면 어느 때나 사람을 사귈 기회가 충분하다. 나의 행복과 건강을 위해서라도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자.
세상의 중심에 내가 있다는 생각은 사고 흐름을 점점 더 좁게 만든다. 모든 말에 '나 빼고....'를 붙여 세상과 내가 따로 존재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생각보다 세상은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이 사실을 깊게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외롭다는 생각은 줄어들고,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기분을 강하게 느끼도록 만든다.
활동적인 생활은 운동을 뜻한다. 운동은 연결성과 매우 깊은 연관이 있다. 적극적으로 신체 활동을 하면 자기중심적인 마음에서 벗어나,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의 움직임을 인식하면서 집중하는 경험은 시간을 왜곡시켜 자신에 대한 주관적 경험을 잊게 만든다. 적극적인 신체 활동은 불안과 우울을 떨쳐버리고, 세상과 내가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을 인지시킨다.
학습은 세상의 다른 모습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어떻게 다양한 면이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게 만든다. 내가 알고 있던 지식을 벗어나 새로운 관점에서 현상을 바라보는 태도를 갖게 된다. 또한 학습은 세상과 연결하고 세상의 지식을 통합해, 연결된 감각을 더욱 잘 느끼도록 이끌어낸다.
대가 없는 선행은 자신의 소유욕을 덜어내고, 자기 방어의 장벽을 무너뜨린다. 내가 베푼 선행으로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 주는 일은 절대 돈 주고 사기 힘든 경험이다. 타인을 행복하게 하는 데 나의 노력이 담겨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과 온전히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한다. 친절은 개인적인 불안과 외로움을 잊게 도와준다.
결국, 현대인의 외로움은 자아 중심적인 사고에서 비롯된다. 책은 우리 자신이 작은 세상의 중심에 있다는 생각을 벗어나야 만성적인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지구가 태양계의 중심이 아닌 것처럼, 우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혼자인 사람은 없다. 지금 혼자인 것 같아도 '진짜'혼자인 사람은 없다. 외로움에 파묻힌 나머지 내가 다른 사람과,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만약 나를 찾는 사람이 없어서 너무 외롭다면 가까운 공원이라도 산책해보자. 근처 도서관을 찾아가 끌리는 책을 읽어보자. 봉사할 곳을 찾아 선행을 베풀어보자. 이렇게 한다면 온종일 외로웠던 감정은 눈 녹듯 사라질 것이다.
잠시 우리의 작은 자아를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을 저주하지 않고, 나쁜 일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신의 존재를 없애고 광선을 반사하는 유리가 된다면, 우리가 반사하지 못하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우주가 우리 주위에서 투명하게 빛날 것이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월든》
<참고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