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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지은 Oct 06. 2018

글 쓰는 노동자

어떤 날 #10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때때로 가르치는 일을 하지만 그건 엄연히 부업이다. 그런데 프리랜서 작가라고 하면 사람들이 많이들 부러워한다. 특히 일반 직장에 다니는 회사원의 시선에서 보자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나도 회사 생활을 해본 경험이 있어서 알고 있다.


나는 그들처럼 매일 아침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근할 필요도 없고, 평일 낮에 한산한 영화관에서 인기 상영작을 즐길 수 있으며, 거의 매일 해안도로를 산책하는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얼마나 좋은가. 탱자탱자 놀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글 쓰고, 남들 버는 만큼 적당히 벌면서 생활하는 것이......  지금도 모니터 건너편에서 '부럽다', '팔자 좋다'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늘 이렇게 말한다.

작가는 글 쓰는 생산직 노동자라고 말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작가, 특히 프리랜서 작가는 법적으로 인정받는 '노동자'가 아니다. 하지만 나는 글 써서 밥 먹고 살아온 지 벌써 14년 차가 되는 사람이다. 나의 밥벌이가 노동이 아니라면 그것을 어떤 말로 표현하는 것이 적당할까?


생산직이라는 말에서 풍기는 어감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글-짓기'라는 표현이 생산과 맞물려 있다고 생각한다. 글은 결국 우리의 두뇌와 손을 거쳐 텍스트로 완성된다. 비어 있던 원고지나 A4용지를 채우는 것은 세상에 없던 물건을 만들어내는 생산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글 쓰는 생산직이니까 당연히 꾸준하게 계속해서 쓰지 않으면 안 된다. 적어도 취미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주 수입을 글로 먹고사는 작가라면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일반 직장인들처럼 아침 9시에 책상에 앉아 (가급적이면) 6시에 퇴근하려고 노력한다. 지금은 장편소설을 쓰고 있는데 하루 분량을 채우지 못하면 '셀프 야근'을 한다. 어떤 날은 새벽 2, 3시에 작업이 끝나지만 다음날 꼭 9시에는 책상 앞에 앉는다.


글쓰기로 먹고살려면 결국 자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해야 한다. 나는 아직도 내공이 부족해서 일일 목표치와 할당량을 정확하게 채우지 못하고 있다. 월말에 좋은 성과지표를 확인하려면 좀 더 분발해야 한다. (때로는 내가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운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좋은 의자와 기계식 키보드를 쓰고 있지만 엉덩이가 쑤시고 손가락이 아픈 것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 엉덩이야 그렇다 쳐도 손가락, 손목 통증은 거의 고질병이다. 너무 아파서 류머티즘 관절염인 줄 알고 피검사를 한 적도 있었다. 다행히 그건 아니라고 해서 물리치료나 받을 겸 한의원에 갔더니 "직업을 바꾸지 않는 이상 못 고쳐요." 하는 얘길 들었다. 하루 9시간 10시간씩 키보드만 두들기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긴, 이 정도의 직업병으로 아프다고 말하는 것이 민망하긴 하다.


마지막으로, 이건 넋두리라고 해두겠다. 내가 요즘 쓰고 있는 장편은 '연애소설'이다. 나는 이 소설이 아주 잘 써지기를 바란다. 정말 진심으로, 매일 그렇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내가 요즈음 이별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나는 매일 하루만큼씩 이별에 이별을 더하고 있다. 그러나 내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이제 막 행복한 사랑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슬프게도 매일 책상에 앉아 그들의 로맨스를 창작하는 일은 내게 또 하나의 이별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소설 쓰다가 너무 안 풀려서 잠깐 머리도 환기시킬 겸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마음 가는 대로 쓰다 보니 조금 긴 넋두리가 되었네요. 그래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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