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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지은 Nov 25. 2018

내년부터 하지 마라.

어떤 날 #14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내년 목표, 신년 계획을 짜는 사람들이 많다. 이를테면 금연, 다이어트, 공부, 독서 등등...

솔직히 말해서 주변에서 그런 목표 세워놓고 성공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나만 그런가?


아주 가까운 예로 내 동생이 있는데, 얘는 10년째 목표 체중 45kg를 만들겠다는 한결같은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러나 내가 알기로 동생의 체중계는 한 번도 앞자리 숫자를 바꿔서 표기한 적이 없다.


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나는 동생에게 무리한 운동을 권하지 않는다. 이미 살찐 몸으로 처음부터 격한 운동을 했다가 며칠 견디지도 못하고 나가떨어질 게 뻔하기 때문에. 하루 10분씩 가벼운 요가라도 시작하라고 말하지만 소귀에 경읽기다. 허구언 날 잔소리해봐야 소용없다.


"그럼 어떻게 뺄 건데?"

"내년부터 진짜 운동 시작할거야."

"그래? 말 나온 김에 지금 가서 등록해!"


나는 언제나 지금 당장 가서 헬스를 등록하고 오늘부터 시작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돌아오는 변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지금 회사 일이 얼마나 바쁜지 알아? 연말에는 모임도 많고 바빠서 헬스 끊어도 다닐 시간이 없어."


솔직히 이쯤 되면 벌써 글렀다고 본다.


왜 내년 1월 1일까지 기다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다이어트라는 목표를 지금 세우면서도 '본격적인 실행'은 꼭 내년 1월 1일부터라는 것이다. 왜 그래야 하지? 오늘 당장 시작하면 더 빨리 성공할 수 있을 텐데... '정말 원하는 거 맞니?'라고 묻고 싶어 지는 대목이다. 내년 되면 회사가 갑자기 널널해지고 회식과 각종 모임이 없어진다고, 누가 그러냐 말이다.


내년부터 새로운 마음 가짐으로 하겠다고?

물론 좋다. 하지만 달력의 숫자 하나 바뀌는 것을 계기로 삼아야 할 정도로 간절하지 않은 일이라면,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동력은 얼마 못 가 고갈될 것이다.


그 정도 의지도 없으면 때려치워라 말하고 싶지만, 그래도 동생이니까 꾹 참는다. 그래도 동생한테 일말의 의지가 남아있을 수도 있는데 못한다고 하면 그마저도 사라질까 봐. 그러면서도 동생의 건강이 염려되고 답답한 건 어쩔 수가 없다. 물론 동생이 고도비만인 것은 아니지만, 병원에서 다이어트를 권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가 걱정할 이유가 충분하다.


중요한 건 신년 계획이 아니다


나도 다이어트를 해봤다. 10킬로그램 감량에 성공했고 10년째 적정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1월 1일부터 시작된 계획이 아니었다. 그냥 어느 날부터 시작했다. 내가 그때 얼마나 노력했는지 말하자면 입이 다 아플 지경이다. 방송작가를 하면서 그 들쑥날쑥한 스케줄 속에서도 일 끝나면 무조건 헬스장으로 달려가 2시간씩 운동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매일. 새벽 2시에 일이 끝나도 무조건 운동하러 갔다. 서너 시간밖에 못 자고 출근하더라도. 진짜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나중에는 그냥 습관처럼 당연하게 갔다.


"그래 너 잘났다, 독한 년."


주변에서는 날 더러 독하다고 했다. 나도 인정했다. 다이어트는 일시적으로 목표 체중을 찍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수개월 이상 꾸준히 운동을 하고 체중 유지를 위해 노력해야만 요요 없이 다이어트 성공이라는 대가를 얻게 된다는, 교과서적인 말을 그냥 믿고 따랐을 뿐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금연에 성공한 사람이 더 독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담배는 중독성이 있으니까.)


실제로 1월 1일에 세운 신년 목표의 성공확률은 10%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미국 UCLA 의과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연초에 세운 계획이 성공할 확률은 8% 수준이다. 실패하는 92%의 사람 중 25%는 일주일도 실천하지 못한 채 포기한다고 한다.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8010210495276304



중요한 건, 계속하는 것이다


나는 그때 다이어트만 배운 것이 아니었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서 얼마나 큰 행동력의 차이가 나타나는지 느꼈고, 꾸준한 행동이 이루어낸 값진 성취를 몸으로 배운 것이었다. 그럴듯한 핑계들을 내세우지 않고, 그냥 악으로 깡으로 했다. 그렇게 계속 내 몸을 이끌고 헬스장으로 가는 것이 그 당시 내게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는 이런 단어들로밖에 표현할 수 없다. 그렇게, 실천한다는 것의 어려움과 그것을 이겨냈을 때 내가 어떻게 달라지는 지를 경험으로 배운 것은 다이어트 성공보다 값진 성과였다. 나는 이 경험으로 인해 '간절하다면 행동한다.'는 삶의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



지금 원하는 것, 간절한 목표가 있는데 굳이 왜 내년이 오기를 기다리는지 난 이해할 수가 없다. 일몰, 일출 보고 온다고 하루 아침에 피곤하고 바쁜 일상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것은 단지 1월 1일의 새로운 분위기가 자신에게 동력을 불어넣어 주기를 기다리는 것일 뿐, 실질적으로 그 목표를 이루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하면 '인이 박힌다'고 한다. 다이어트는 전적으로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러니까 최소한 그렇게 인이 박힐 때까지는 죽어라 모든 의지와 행동력을 끌어모아서 노력할 정도의 의지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억지로 꾸역꾸역 하던 일이 습관이 될 때까지. 이것은 단지 다이어트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끊임없이 귀차니즘과 싸워야 하는 모든 목표들에 적용해도 '습관화'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내게 있어 신년 목표보다 중요한 것은 삶의 뼈대를 내가 추구하는 방향대로 계속 구축해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언제부턴가 신년 목표에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이것을 '대충' 산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내가 정해놓은 삶의 기본원칙은 지키려고 노력한다. 이를테면 슈퍼마켓에서 벌크 포장된 라면을 사지 않는 것 같은 일들. 그런 것을 부엌 한편에 쟁여두는 순간 체중이 늘고, 몸이 인스턴트에 점령당하기 시작하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말 먹고 싶어서 참기 힘들 때 편의점에 가서 낱개로 사다 먹는다. 그마저도 라면 하나 사러 편의점까지 나가기 귀찮아서 먹지 않게 된다. 이게 바로 내가 라면을 벌크로 사지 않는 이유다. 어떤 사람은 나더러 '참 피곤하게 산다'라고 하는데, 익숙해지면 그냥 일상적인 행동일 뿐이다.


사족을 보태자면, 나는 최근 몇 년 동안 주 5일 글쓰기를 생활화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아직은 글쓰기 근육을 키우는 중이지만, 최근 2달 사이에 책 1권 분량의 소설을 썼다. 아직 부족하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앉아서 쓰면 '무언가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이것은 내가 올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삶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다. 저마다 가치관도 다르고 목표도 다르니까. 그래도 내가 동생한테 조언하는 것처럼 한 마디를 남기자면 이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내년부터 하지 마라.
정말 원한다면 지금 당장 시작해라.
그게 아니라면 그냥 대충 살아라.


왜냐고?

그래도 최소한 올 해 만큼은 살아낼 거니까.



혹시 지금 이 순간 내년 다이어리에 신년 목표를 적어놓고 1월 1일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면, 발레리나 강수진의 책 <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를 추천한다.


http://www.yes24.com/24/usedshop/goods/8276479?scode=014&OzSrank=1

▲ 지금은 절판되어 새 책은 구할 수 없습니다. 중고서점을 이용하거나 도서관에서 빌려보시면 좋겠습니다.




12월을 앞둔 어떤 날,

언니가 동생에게 보내는 잔소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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