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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지은 Jan 09. 2019

순진한 욕심

어떤 날 #16

얼마 전, 한 지인이 나를 두고 '언제나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지은이'라고 했다. 굳이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내 안에서는 '나에 대한 오해'라는 생각이 있었다.

스무 살 때만 해도 나는 오해받는 것을 견딜 수 없어 구구절절 설명을 하고 다녔지만, 이젠 그러지 않는다. 그 사람들이 나를 예쁘고 밝은 마음의 눈으로 봐주기 때문에 그들 눈에 내가 그런 사람인 것이겠지, 생각하고 마는 것이다.


혹시 그들의 말처럼,
나는 정말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사람일까?


그랬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 대답은, 아니다.


작년 여름에 브런치에 입양 홍보글을 올렸던 황구 '여름'이가 얼마 전 미국으로 입양 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가족사진을 전달받고 너무 감격스러웠다. 하지만 그 뒤로 씁쓸함이 밀려왔다. (관련 글 : 제사상 받았던 바보 여름이를 소개합니다)


'왜 이런 개들은 그 먼 해외까지 가야만 입양자를 찾을 수 있는 걸까?'


'왜 우리나라에서는 지켜주지 못하는 걸까?'


'왜 가족이 되어주지 않으려고 할까?'


답도 없는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마음을 어지럽혔다.




요즘 브런치북 프로젝트 때문인지 브런치에 글이 쏟아진다. 너도 나도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글을 쓴다는데, 솔직히 나는 그 반대에 가깝다.


뉴스를 보고 있으면 과연 내가 맨 정신으로 글을 읽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곤 한다.

키우던 반려견을 물고문 하고 혀를 뽑아 죽이질 않나, 오피스텔 18층에서 집어던져 죽이질 않나... 마음이 무겁고 착잡해지는 뉴스는 동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성폭력, 살인 뉴스는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 머리를 장식한다. 이 세상을 나와 같이 살고 있는 사람이 저지른 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끔찍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흉흉한 뉴스를 보는 동안, 사람이 제일 무섭고 나쁘다는 말이 머릿속에 머문다. 그런 중에 내가 가장 애를 쓰는 것은 타인이 아닌 내 마음이다. 그 잔혹하고 무자비한 사람들에 대한 분노와 경멸이, 인간 자체에 대한 비관으로 굳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한 줌의 이성을 부여잡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내 마음을 지킨다.


이런 과정을 계속 반복하다 보니 알게 됐다. 내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욕심 많은 사람인지를...


난 욕심이 정말 많은데 그중에서도 제일 큰 욕심은, 좋은 것만 보고 싶고, 좋은 것만 듣고 싶은 순진한 욕심이다.





나도 안다. 세상이 어디 좋기만 한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기에, 이 순진한 욕심을 쉬이 버릴 수가 없다.


나도 남들처럼,

세상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보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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