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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지은 Feb 13. 2019

손끝이  무거운 날

어떤 날 #19

요즈음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책상 앞에 앉아도 손끝이 무거워서 도통 글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봄이 되면 내가 이 일을 기획하고 시작한 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절반 이상 써 놨다가 대대적으로 한 번 뜯어 고친 이후에도 만족스럽지 못해 결국 모두 지우고 다시 쓰고 있는 글이다. 이미 머리로는 어떻게 써야겠다는 구성이 다 잡혀 있지만, 그런데도 진척이 더디다.


손끝이 더디게 움직이는 것은
마음이 무겁기 때문이다.



타인의 이야기를 쓴다는 게 참, 쓰면 쓸 수록 그렇다. 방송 원고를 쓰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방송에서 중요한 내용은 인터뷰이의 육성으로 직접 전한다. 사람마다 그만의 표정과 억양, 제스처가 있고, 그것들이 전파를 타면 메시지 전달력과 진정성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글만으로 누군가의 진심을 '대신' 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오롯이 글로만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글쓴이는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또한 본래의 의미를 왜곡 없이 전달하기 위해 부연 설명을 할 때에도 모자라거나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 자신의 편향된 시선으로 해석하거나 미화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여기까지 써 놓고 보니 나는 정말 부족함이 많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된다. 하물며 내 이야기를 써도 진심을 전달하기가 어렵고 오해가 생기는데, 과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얼마나 '제대로' 쓸 수 있을까. 자고로 말을 옮길 때는 누락과 보탬이 생기게 마련이라지만, 내 글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공격 받고 상처 받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드는 건 글이 가진 힘을 알기 때문이다.



내 글로 인해 애꿎은 사람들이 손가락질 당할까봐,

단어 하나를 쓰면서도 자꾸 멈칫거리게 된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누구나 그것을 알고 있지만, 완벽하지 않은 타인을 향해 손가락질 하는 것을 나는 많이 봐 왔다. 나는 내가 만난 그들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만, 내 글을 통해 그들의 진심을 저울질할 사람들이 어떤 잣대를 들이밀지는 알 수 없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건 어디까지나 나의 편향된 생각일 뿐이니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며 진심과 메시지를 담는다는 것.과연 나의 비루한 문장으로 그 일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나는 왜 그토록 하고자 했을까.

내 이야기를 쓰는 거면, 좀 잘못 되도 나 혼자만 욕 먹으면 되는데.

"다시는 이런 일 벌이지 말아야지."


한숨을 퍽퍽 쉬고 다시 마음을 다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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