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영화 - 퍼펙트 블루

나는 배우 미마... 당신은, 누구지?

by 이영

안녕하세요? 이영입니다.

여름에 보기 좋은 영화들을 리뷰하고 소개합니다. 기본적으로 내용과 결말을 자연스럽게 누설하오니

원하지 않으시면 주의해주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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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블루(1998) 81분, 19세, 시리즈 온

국내 개봉 2004

감독 곤 사토시


줄거리

주인공 <미마>는 아이돌에서 배우로 전향했다. 하지만 원래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 도쿄로 상경했고, 팬들 역시 <미마>가 아이돌로 남아주기를 원한다. 하지만 사무소에서 스케줄을 정해주어서, 어쩔 수 없이 드라마 역할과 촬영을 강행하는 <미마>

그러한 미마의 마음에서 또 다른 자아인 <아이돌 미마>가 탄생하는데...




<미마>는 왜 두려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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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에서 살펴보았듯이 미마는 아이돌을 하고 싶어서 도쿄로 상경했습니다. 어머니와의 전화 통화를 들어보면 지방의 사투리를 쓰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비록 부도칸에 서는 메이저 아이돌은 아니지만, 꿈을 이루었고 팬도 있는데 갑작스러운 소속사의 지시로 아이돌을 그만두게 되었으니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 힘들고 두려운 것은 어쩔 수 없을 겁니다.

그래도 미마는 소속사 프로듀서가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면 싫은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고 밝은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사실 배우 일을 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아마 그런 마음 절반과 그대로 아이돌을 하고 싶었던 마음 절반이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데뷔를 시켜준 소속사인만큼 배우로 전향하자는 제안 아닌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기 어려웠겠지요.

런데 미마가 두려워하는 진짜 이유는 두 가지 이유 모두 다 아닙니다. 미마는 흠 없이 완벽한 아이돌로 지내왔던 자기 자신의 진짜 욕구를 두려워합니다. 그것은 밖으로 나와서는 안되고, 침대에서 괴로워하면서 '누군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알아!'라고 작게 외칠 때 그리고 욕실에서 죽은 듯이 둥둥 떠서 목욕을 하고 있는 모습에서만 드러납니다.

배우 미마는 이제 아이돌로 지냈던 자신이 부럽고, 두렵습니다. 자꾸 나타나서 알고 싶지 않은 진짜 속마음을 말해버리고, 제멋대로 행동하고 또 사람까지 죽이거든요.

앗? 배우 미마의 다른 자아일 뿐, 그리고 환상인 아이돌 미마가 어떻게 사람을 죽이지요?



중요한 건 범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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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블루는 98년 작이고, 이 이후로 이런 비슷한 작품들이 많았기에 아무래도 요즘의 시선으로는 처음부터 범인을 예측하기 무척 쉬운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트릭과 복선을 꾸준히 유지해주는 게 퍼펙트 블루를 보는 나름대로의 즐거운 부분입니다. 제가 범인이 중요하지 않다고 한 건 아이돌이자 한 사람이었던 미마의 정신이 피폐해져 가는 과정이 잘 표현되어있고, 그걸로 충분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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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마가 아이돌을 그만둔다고 발표한 날부터, 협박 메시지를 받고 주위 사람들이 다치죠. 또 '미마의 방'이라는 홈페이지에는 누군가 미마인 척하면서 일기를 갱신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재미있어했지만, 내용들이 너무나 미마 자신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들로 되어있네요. 미마가 좋아하는 우유, 키우는 열대어의 먹이를 산 것 등... 이후로도 미마 자신이 주변 사람들을 살해한 범인이라는 메시지는 꾸준히 나오지만, 한 가지 대사가 그것을 방해합니다. 바로 같은 드라마에 출연하는 유명 배우 '에리'의 드라마 중 대사이죠.

'환상은 실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말을 끝낸 '에리'가 마법처럼 사라지고 나서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살인마가 미마를 죽이려 들고, 본격적으로 테이크 2(촬영 때 사용하는 단어)를 외칩니다. 그리고 이전에 드라마를 찍었던 무대에서, 그것과 비슷한 장면을 실제로 겪게 됩니다. 환상이라면 벗어나고 싶고, 실제라면 정말 끔찍한 상황입니다.


이 과정에서 미마는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살인마와 연락을 하고 진짜 미마라는 사칭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미마의 스케줄, 취향, 했던 말들을 과연 자신 외에 누가 가장 잘 알까요?

함께 일하는 소속사 직원인 '루미'였습니다. 지금은 소속사에서 아이돌의 스케줄을 관리하고, 일거리를 가져오는 등의 사무를 보고 있지만 원래 루미도 아이돌이었습니다. 미마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한 건지, 아니면 미마를 동경하는 마음도 있었는지 어쩌면 둘 다 일거라고 생각합니다.


루미는 자신이 진짜 아이돌 미마라고 믿고, 아이돌을 포기한 진짜인 배우 미마를 죽이려고 행동한 겁니다.

결말에서 미마는 루미도 구하고, 자신도 살아남아 유명한 배우가 되지만 완전히 아이돌 미마의 그늘에서 벗어나지는 않은 듯한 말을 합니다. 배우 미마가 진짜인지 확인하기 위해 종종 병원에 있는 루미를 찾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경쾌한 음악과 함께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끊임없이 서스펜스를 던져주는 훌륭한 스릴러였습니다.



퍼펙트 블루와 매우 유사한 영화, 블랙스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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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퍼펙트 블루(1998)보다 먼저 봤던 영화는 '블랙 스완(2010)'입니다. 소심하고 어머니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소녀 같은 주인공 니나가 백조와 흑조를 동시에 연기하는 역을 맡으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백조 같은 분위기에 점점 냉혹하고 아름다운 흑조의 면모도 드러내는 강렬한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퍼펙트 블루와 함께 보고 나면... 블랙 스완은 무척이나 덧없게 느껴집니다. 두 작품은 주인공, 무대, 그리고 주인공의 정신적 혼란과 환상, 연출 등 많은 부분이 유사합니다. 이 중에서 제가 가장 크게 느꼈던 건 인적이 없는 좁고 가느다란 터널 같은 공간을 혼자 걸어갈 때의 주인공과 그 무드였습니다. 정말 너무나 똑같습니다. 한 가지 장면을 베끼려면 설정과 대사까지 가져오지 않으면 완벽하지 않고 붕 뜨게 마련이죠. 그래서 블랙 스완이 탄생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비슷한 걸 만들 정도라면 '이전에 나왔던 아주 유사한 작품인 퍼펙트 블루'의 영향을 받았음이 확실하지만, 그는 판권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은 부정했습니다. (사실 주인공 이름도 비슷하네요, 미마와 니나입니다.)

두 영화를 모두 좋아했던 저로서는 블랙 스완을 버릴 수밖에 없어서 아쉽습니다. 영향력을 인정해도 충분히 괜찮았을 텐데 말입니다.




마치며


이제 내일이면 8월도 끝이네요, 다들 역병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면서라도 잠시 즐거우실 수 있도록 여름의 푸르스름한 새벽에 어울리는 퍼펙트 블루를 추천합니다. 등급에 알맞게 조금 잔인하기도 한 작품이므로 주의해서 관람해주세요, 일본의 부드러운 애니메이션 영상미, 고전 스릴러를 좋아하신다면 확실히 추천합니다.


9월의 끝자락에서 이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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