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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균 Aug 12. 2016

영화 <미이라> 시리즈 리뷰

좀비 이전에 미이라가 있었다

b.

 여름을 맞아 온 가족이 설악산에 있는 리조트로 휴가를 떠난 적이 있었다. 숙소에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와중에 어디선가 괴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 발코니 밖을 내다보니 큰 스크린으로 <미이라 2>를 상영해주고 있었다. 그것이 내가 처음 <미이라> 시리즈를 보게 된 계기였다.

 그렇게 내 어린 시절 악몽을 책임져 준 시리즈가 중국물을 좀 먹더니 내 인생 최악의 3부작이 되었다. '모험, 판타지, 액션, 공포, 스릴러, 코미디'라는 여러 장르의 혼합이 득이자 어마어마한 실이 되어 시리즈의 무덤이 된 3편을 마지막으로 <미이라>는 극장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미이라>의 빈자리는 어느새 좀비들의 차지가 되어 있었다. <28일 후>를 시작으로 <월드워Z>부터 <부산행>까지 거의 매년 극장에 나와 뛰어다니기 시작한 좀비들의 모습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자꾸만 <미이라> 생각이 났다.



1.

 영화는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보여주며 시작된다.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 중 가장 영화를 누렸던 세티 1세의 시대, 파라오의 여인인 아낙수나문은 파라오를 모시는 제사장인 임호텝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파라오가 그들의 밀애를 알게 되고, 결국 아낙수나문은 임호텝이 자신을 부활시켜주리라 믿고 자결하게 된다. 파라오를 피해 파라오의 무덤이라 불리는 죽음의 도시 하무납트라에로 간 임호텝은 그곳에서 흑마술을 통해 아낙수나문을 되살리는 의식을 행하지만, 파라오의 근위대에게 붙잡혀 석관 속에서 영원히 고통받는 홈다이 형벌에 처해지게 된다.

 시간이 흘러 이집트의 보물을 찾아 여러 탐험가들이 하무납트라를 찾지만 비밀 결사대에 의해 하나같이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전투 중에 피신했던 외인부대 장교 오코넬만이 유일하게 살아남는다. 한편, 이집트 카이로에 위치한 박물관에서 근무하던 에블린은 오빠가 오코넬에게서 훔쳐온 물건에서 하무납트라에 대한 단서를 얻게 되고, 이를 계기로 에블린과 그녀의 오빠 조나단, 오코넬은 하무납트라를 찾아 떠나게 된다.

 보물을 찾아 떠났던 세 사람은 에블린의 호기심으로 인해 실수로 임호텝을 부활시키고, 홈다이 형벌을 받았던 임호텝이 부활하자 이집트에는 예부터 전해 내려오던 10개의 재앙이 순서대로 들이닥치게 된다.

 부활한 임호텝은 다시 한 번 아낙수나문을 부활시키려 하고, 이를 위한 제물로 에블린을 이용하려 한다. 오코넬과 조나단은 하무납트라를 지키던 비밀 결사대의 수장인 아데스 베이의 도움으로 에블린을 구하게 되고, 고대 이집트의 신이었던 호로스 상 밑에서 황금서를 찾아 마침내 임호텝을 쓰러뜨리고 1편은 끝이 난다.

 2편에선 임호텝이 다시 깨어나 이번엔 에블린의 아들을 이용해 스콜피온 킹을 죽이고, 그의 군대를 이용해 세계를 정복하려 하지만, 운명은 오코넬의 것. 임호텝의 부활은 또다시 헛수고가 된다.

 3편의 줄거리는 간신히 잊었다.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다.


2.

 <미이라 시리즈>는 1999년을 시작으로 2000년대 초반 여름 블록버스터를 대표하는 영화로 기억되고 있다. ‘당시만 해도 여름 하면 공포영화’라는 공식이 흥행요소로 크게 작용하고 있을 때여서 공포 요소를 가미한 <미이라>는 전 세계적으로 기대를 웃도는 수익을 기록했고, 심지어 우리나라에선 1편의 서울 관객수가 <매트릭스>,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을 제치고 그 해 외화 흥행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전부터 미라는 공포영화를 대표하는 하나의 크리쳐로 빈번하게 묘사되곤 했는데, 그 모습이 워낙 우스꽝스러워서 한동안 영화계에서는 그 모습을 보기가 힘들었다. 어렸을 적 우리가 흔히 기억하던 만화 속 붕대나 휴지를 칭칭 감은 미라의 모습은 확실히 공포감을 느끼기에는 어딘가 부족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 이후로 미라는 공포감을 확실하게 불어넣어주는 크리쳐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심지어 국내에선 미라도 아닌 미이라라는 이름을 사용해 미라에 대한 이전과는 다른 이미지를 심어준다. 아마 이 영화가 나오기 전해에 개봉한 <황혼에서 새벽까지>의 여운을 이용해 미라에 좀비의 요소를 첨가한 새로운 형태의 크리쳐로 관객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으려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공포라는 요소를 배제하고 보아도 일단 재미있는 영화다. 영화가 시작한 이후부터 끝날 때까지 한시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액션에 속도감도 있고, 관객들을 자극시키는 장면들을 곳곳에 배치해 지루하게 느껴질 때면 한 번씩 깜짝 놀라게 한다. 이러한 장면들 때문에 영화가 진행될수록 조용한 장면이 나올 때마다 오히려 더 긴장하고, 함께 숨죽이며 보게 된다.


3.

 이 시리즈는 앞서 말한 것처럼 공포라는 요소가 가미되어 있긴 하지만, 장르적으로 보자면 액션 영화다. 다만 악당이 미라가 되고, 피라미드가 더해지니 여러 장르가 혼합된 블록버스터의 외형을 갖추게 되었다. 오코넬이 영화 속에서 히어로처럼 죽지도 않고, 총 한 자루면 악당들을 다 죽이니 오코넬이 주인공인 액션 영화처럼 보이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미이라 시리즈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임호텝이란 걸 알 수 있다.

 임호텝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가 몇 천 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존재할 수 있는 것, 역사적 사실은 아니지만 그 이야기가 실제 존재했던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 것은 순전히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그리고 고대 이집트 문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기념비적인 건축물과 문자가 세계 4대 문명 가운데 유독 이집트를 더욱더 찬란히 빛나게 하고 있다. 피라미드가 없었다면 미라의 존재는 잊혀지고, 고대 이집트 문자가 없었다면 임호텝은 깨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문화적인 소산들이 한데 어우러져 <미이라>라는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인류의 역사를 대표하는 문화적 유산들이 영화 속에서 공포감을 주는 장치들로 묘사되는 것은 순전히 서양의 관점에서 고대 이집트를 바라본 오해와 편견에 기반한 것들이라고 볼 수 있다. 17세기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구권이 인류 역사의 주요 페이지를 장식한 이래로 수많은 역사와 문명이 왜곡되어갔다. 고대 이집트 문명도 이러한 역사의 왜곡을 피할 수 없었다. 가톨릭과 개신교를 중심으로 한 유일신의 종교 성향은 역사의 다른 신들을 왜곡하기 바빴다. 그렇게 피라미드에는 저주라는 단어가 붙게 됐고, 사람들은 고대 이집트를 재앙과 노예의 역사로 기억하게 됐다.

 영화를 비롯해 다양한 매체에서 고대 이집트 문명을 왜곡된 시각으로 사용하는 일이 많아지자 NHK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와 온라인상의 여러 매체들이 고대 이집트 문명을 되돌아보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영화에선 먼 우주에서 온 로봇들이 차원의 문을 열고, 돌연변이가 처음으로 탄생한 곳처럼 피라미드를 지구보단 외계와 더 연관이 있는 공간으로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이 남아있다. 이러한 고대 이집트 문명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는 영화로써 미이라 시리즈의 성공은 그만큼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아직도 이집트 문명이 때로는 두려움으로, 때로는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음을 시사해준다.


4.

 얼마 전 이집트 문명에 신화적인 요소를 첨가한 영화 <갓 오브 이집트>가 개봉했을 때, 한 영화 평론가가 ‘피라미드는 할리우드의 무덤’이라는 평을 남긴 적이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만났던 피라미드는 확실히 그런 공간이었다. 내년 개봉을 앞둔 톰 크루즈 주연의 <미이라 리부트>는 한 단계 더 나아가 고대 여왕부터 지킬 박사와 같은 캐릭터까지 나온다는데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부디 자극적인 요소로 여기저기 짜깁기 한 피라미드 따윈 안 나왔으면 좋겠다.

 피라미드에는 좀비마냥 뛰어다니는 미라도 없었고, 외계인도, 돌연변이도 없었으니까.




<미이라> ★★★☆

<미이라 2> ★★★

<미이라 3: 황제의 무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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