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도 무한 리필할 수 있다면 착각입니다.
요즘 주 120시간 노동 이슈가 화제죠. 특히 게임, 테크 회사에서는 중요한 서비스 론칭을 앞두고 밥 먹듯 야근하는 것을 빗대어 소위 '크런치 모드'라고 부르는데요. (참고: 사람 잡는 포괄임금제, 주 120시간 만큼 무서워)
이러한 근무 형태를 가능케 한 제도 중 하나가 '포괄임금제'입니다. 아직 포괄임금제에 관한 정부 지침이나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없는데요. 제도의 본래 목적을 왜곡하고, 공짜 야근 수단으로 악용하는 '무늬만' 포괄 임금 계약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중소기업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A씨.
연봉 계약 시, 계약서에 '포괄 임금 방식으로 지급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요. 그럼 야간 근무나 연장 근로, 휴일에 일해도 정말 추가 수당을 못 받는 건가요?
아닙니다. A씨가 소송을 통해 미지급 연장, 야간, 휴일 수당을 청구할 경우 회사는 이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포괄임금제는 근로 형태나 업무 성격에 따라 (1) 근로 시간이 불규칙한 경우, (2) 구성원이 재량으로 근로 시간을 정할 수 있는 경우에 적용하는 임금 산정 방식입니다. 말 그대로 연장, 야간, 휴일 수당을 포괄적으로 미리 정해 매월 급여로 지급하는 것이죠.
그런데 사용자와 구성원 사이에 분쟁이 발생해 소송으로 넘어가면 회사의 포괄 임금 계약이 법적 기준에 맞지 않아 포괄임금제가 성립되지 않았다거나, 기준이 성립된 경우에도 무효인 것으로 판결이 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A씨 회사가 정말 각종 수당 지급을 면하려면 우선 포괄임금제 약정이 성립되어야 합니다.
(1) 고정의 가산 임금을 기본급이나 제 수당에 미리 포함하여 지급한 것
(2) 실제 근로한 추가 시간을 따지지 않고 포괄적으로 가산 임금만을 지급한 것
이 뿐만 아니라 포괄임금제에 관한 약정 성립 여부는 근로 시간, 근로 형태와 업무의 성질, 임금 산정의 단위, 단체 협약과 취업 규칙 내용, 동종 사업장 실태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합니다.
또, 회사의 포괄임금제 적용이 맞다고 판단되기 위해서는 아래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 실제 근로 시간 산정이 어려운 성격의 업무
- 매월 일정액을 제 수당으로 지급하는 것에 대한 구성원의 동의
- 구성원에게 불이익이 없고, 제반 사정에 비춰봤을 때 포괄 임금 계약의 정당성 여부
위의 기준에도 불구하고, 포괄임금제에 대해 정확한 내용을 몰라 적법한 수당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2가지 대표 사례를 통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만약, 회사가 포괄 임금 계약을 명분으로 추가 근무 수당 지급을 거부한다면 아래 2가지를 확인하면 됩니다.
(1) 실제 임금 지급 내역이 포괄 임금 계약과 다른지
(2) 기본급과 별도로 수당을 나누어 지급하도록 명시되어 있는지 (단체 협약, 취업 규칙, 급여 규정)
위 항목에 해당하여 추가 수당 지급 판결을 받은 기업의 사례가 있습니다. 임금 협정서에 '포괄 임금 방식에 의거해 임금을 지급한다'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어도, 과거에 휴일 근무로 인한 별도 수당을 지급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2020. 2. 6 선고 2015다233579, 233586 판결 등 참조)
또한, 기본급과 별도로 연장 근로 수당, 야간 근로 수당 등을 세부적으로 나누어 지급하도록 취업 규칙, 급여 규정 등에 명시되어 있으면 포괄임금제 합의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습니다. 법정 기준 근로 시간을 초과하는 약정 근로 시간에 대해 기본급 및 수당을 합산하여 급여를 지급한다고 '사전 합의'한 것에 불과할 뿐이죠.
정수기 수리 기사를 관리하는 회사가 수리 기사의 근로 시간 산정이 어려워 포괄 임금 계약을 주장한 사례가 있었는데요. 법원은 수리 기사들의 공간이 제한되지 않았을 뿐, 근로 시간 산정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근로가 실제 야간 또는 휴일에 이뤄지는 빈도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사측의 포괄 임금 계약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야간이나 휴일 근무 빈도가 잦을 경우, 구성원이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수당을 포기할 때 불이익 받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추가 수당 포기를 상쇄할만한 이익이 부여되었다고 볼만한 사정도 없었기 때문에 회사와 수리 기사 사이의 포괄 임금 계약은 성립이 불가한 것입니다.
(울산지방법원 2020. 2. 19. 선고 2018가합24567 판결 참조)
_글. 고아연 변호사(법무법인 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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