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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리하는 일상 Jan 16. 2020

초록 지붕의 앤 1.

초콜릿 캐러멜

문학이나 영화 속 등장하는 달콤한 사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탕은 나니아 연대기 1편에 나오는 터키쉬 딜라이트다. 정확히는 터키쉬 딜라이트가 등장하는 그 장면에서 어린 남자아이, 에드먼드는 터키쉬 딜라이트를 먹기 위해 가족을 팔아먹는다는 농담 같은 이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사실이다. 아이는 터키쉬 딜라이트를 위해 가족을 팔아넘긴다. 

나니아 연대기를 보기 전, 나는 터키쉬 딜라이트를 본 적이 있다. 중학교 친구의 아버님이 출장 갔다 돌아오시면서 사 왔다며 내 친구는 작은 포일에서 아주 작은 터키쉬 딜라이트 한 조각을 보여줬다. 가로 세로 3cm 남짓 될 것 같은 그 한 조각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이게 대체 뭐지?'

하지만 나와 내 친구, 그리고 또 다른 친구 셋은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가면서 그 작은 사탕을 바라보았다. 그때 이미 나의 친구들은 모두 나니아 연대기를 본 상태였고 판타지에 대한 이상한 거부감이 있었던 나는 보기 전이었다. 그때 난 그 터키쉬 딜라이트를 먹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아주 야금야금 셋이 나눠 먹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아무래도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이게 그렇게 대단한 거라고?'

터키쉬 딜라이트를 제대로 먹어본 것은 성인이 되고 난 후였다. 난 그때 나니아 연대기를 봤고 내 돈으로 터키쉬 딜라이트와 바클라바까지 사 먹을 수 있었다. 터키쉬 딜라이트를 먹은 후 나는 아직도 '이게 그렇게 대단한 거라고?' 생각했다.




넷플릭스 Anne with an E

우리의 앤을 생각하면 생각나는 음식들은 많이 있겠지만 책의 처음 몇 챕터를 읽으면 가장 마음에 와 닿는 음식은 초콜릿 캐러멜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상력이 없는 커스버스 남매에게 앤이 '절망의 늪'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게 초콜릿 캐러멜일지라도.

커스버스의 집에 처음 온 날 앤은 결국 그들이 원하던 것은 자신이 아닌 남자아이임을 알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앤은 마릴라가 차려준 저녁을 먹지 못한다. '절망의 늪'에 빠졌기 때문에.


2년 전에 초콜릿 캐러멜을 하나 먹어봤는데, 진짜 맛있었어요. 그 뒤로 초콜릿 캐러멜 꿈을 많이 꿨는데, 늘 먹기 직전에 깼어요. 제가 아무것도 안먹는다고 속상해하지 마세요.


2년 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먹은 초콜릿 캐러멜, 그리고 앤은 그에 대한 꿈을 꾸지만 꿈에서조차 먹지도 못하는 이 사탕은 도대체 어떤 맛이었을까 궁금하기도 하면서 앤이 이 사탕을 먹으면서 어떤 기분이었을지 짐작이 되는 문장이기도 하다. 초콜릿과 캐러멜이 함께 있다니 맛보지 않아도 맛있을 것 같긴 하지만 커스버스의 초록 지붕 집에 온 후 처음으로 앤의 입에서 나온 음식이 초콜릿 캐러멜이기 때문에 나의 첫 번째 음식도 초콜릿 캐러멜일 수밖에 없었다.


초콜릿 캐러멜

초콜릿 캐러멜을 만드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간단한 재료들과 간단한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앤은 캐러멜을 직접 만들어 먹진 않았지만 빨강 머리 앤의 저자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손녀이자 식품 영양학을 전공한 케이트 맥도널드가 쓴 빨강 머리 앤 레시피 책에는 이 달콤한 디저트를 만드는 레시피가 나와있다. 

나는 이 레시피를 반으로 나눠 초콜릿 캐러멜과 함께 밀크티 캐러멜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과연 밀크티 캐러멜은 잘 나올지 걱정이 되면서도 앤이 밀크티 캐러멜을 먹었으면 어떤 말을 했을지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는 무슨 말을 했을까?

나는 초콜릿 캐러멜이 다 식기 전에 소금을 살짝 뿌려보기도 했다. 캐러멜과 소금은 환상의 조합이라고 생각하고 모던 패밀리에서 초콜릿 우유에 소금을 뿌려서 마시면 단 맛이 더 살아나서 더 맛있다는 말을 듣고 소금을 우유에 왕창 부어서 먹어보는 소피아 베르가라를 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밀크티 캐러멜을 만들기 시작했다. 케이트 맥도널드의 레시피를 변용하여 설탕을 조금 덜어내고 밀크티 파우더를 추가했다. 더 많은 양의 밀크티 파우더를 넣었으면 더 풍부한 밀크티 맛을 느낄 수 있었을까 아쉽기도 하지만 분명히 정말 달고 맛있었다.


그래서 에드먼드의 터키쉬 딜라이트는 가족을 팔아넘길 만큼 맛있었나? 그것은 아니다. 앤의 초콜릿 캐러멜은 '절망의 늪'에 빠졌을 때 먹지 못 할 음식인가? 아마 그 절망의 늪은 아주 깊고 절망적이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매슈가 앤을 위해 초콜릿 캐러멜을 사줬을 때 하나만 먹기로 마릴라와 약속한 앤처럼 난 하루에 단 하나의 초콜릿만 먹겠다는 약속을 자신있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말 너무 너무 달고 너무 작기 때문이다.


오늘은 한 개만 먹을 거예요. 다이애나에게 반을 주어도 될까요? 다이애나한테 반을 줄 수 있다면 나머지 반이 두 배로 맛있을 거예요.



   

밀크티 캐러멜

버터 120g

연유 190g

시럽 또는 올리고당 40g

흑설탕 또는 갈색 설탕 210g (취향에 따라, 또는 설탕이 녹는 정도에 따라 고르면 된다, 흑설탕이 녹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밀크티 파우더 50g (나는 35g을 넣었고 조금 밀크티 맛이 아쉬웠다.)


모든 재료를 냄비에 넣고 약중불에 올려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불을 내려 반죽이 꽤 걸쭉해질 때까지 섞는다. 냄비에 붙지 않게 계속해서 주걱으로 섞어줘야 한다.



*레시피는 케이트 맥도널드의  <빨강머리 앤 레시피북>의 초콜릿 캐러멜 레시피를 변용한 것입니다.

*글에 나오는 인용구는 모두 고정아 번역가님이 옮긴 윌북의 <빨강 머리 앤>에서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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