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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리하는 일상 May 01. 2020

초록 지붕의 앤 6.

루비 티 비스킷

음식을 제대로 만들지 못할까 봐 걱정이 많고 실수를 자주 하는 앤은 어느 날 마릴라를 보러 온 레이첼 린드에게 완벽한 티 비스킷을 내준다. 구름처럼 보슬보슬하고 달콤한 티 비스킷, 케이드 맥도널드는 이 티 비스킷을 가운데 잼이 들어간 루비 티 비스킷으로 생각했다. 

여성이 주인공인 많은 고전 소설 속에서 차를 마시는 장면이나 앤 처럼 티파티를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차와 함께 먹을 쿠키나 비스킷이 등장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앤의 이야기가 좋은 점 중 하나는 그런 음식들이 꼭 등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앤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들 속에서 차를 마시는 장면들은 오로지 여성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아무리 남성 작가가 쓴 글이라도, 남성 작가가 그린 그림이라도,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여성들일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구글에 'tea time painting'이라고 검색을 해보면 전부다 여성들이 차를 마시고 있는 모습밖에 나오지 않는다. 뭐, 꼭 차를 마시진 않고 있고 찻잔을 앞에 두고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그림들이 많긴 하지만.


한나 개즈비의 <나의 이야기>에서 한나 개즈비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고전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남성들의 시각에서 그려진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옷을 다 입지 못한 여성들, 사람이 아닌 듯 침대나 소파 같은 곳에 널브러져 있는 몸에 대해서. 그리고 한나 개즈비는 예술을 한다는 명목 하에 그 여성들에게 가해진 폭력에 대해 분노한다. 개즈비는 폴란스키, 피카소, 우디 앨런의 이름을 대면서 그들에게 왜 면죄부를 줘서는 안되는지, 왜 그들의 작품과 그들을 별도로 생각하면 안 되는지 말한다.

'깁슨 걸'의 대표적 모델 '카밀 클리포드' 와 작은 남자를 돋보기로 보며 놀고 있는 '깁슨 걸'

그리고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북미와 캐나다에서 절대 작가와 작품을 뗄 수 없게 작가의 이름을 붙여 만든 '작품'이 등장한다. 이때 등장한 그림은 '깁슨 걸'이었다. 남성 작가 찰스 다나 깁슨에 의해 탄생한 이 여성의 이미지는 이전의 페인팅 속 여성들과는 사뭇 달랐다. 펜으로 종이에 그려진 깁슨 걸은 항상 옷을 갖춰 입고 있었고, 여성 참정권 운동에 참여하며 성적으로 남성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묘사됐다. 그리고 때로는 남자를 비웃기도 하고 그들이 자신에게 복종하게 만드는 이미지로 그려지기도 했다.  

깁슨이 '천 명의 미국 여성들(모든 미국 여성들)'의 이미지라고 생각했던 깁슨 걸은 성격 면에서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그럼에도, 남성 작가에 의해 그려진 여성의 모습은 기괴하다. 깁슨은 깁슨 걸에게 저런 성격을 부여했지만 외적으로는 항상 완벽하게 옷을 갖춰 입고 머리를 풍성하게 만들었으며, 큰 가슴과 엉덩이, 아주 잘록한 허리, 그리고 얇은 팔과 다리를 줬다. 수많은 여성들이 깁슨을 위해 포즈를 취해줬고 심지어 그의 아내도 모델이 되었다. 그리고 그 그림을 그리고 있는 동안 깁슨은 자신이 그리는 깁슨 걸이 미국 여성들의 참된 아름다움이라고 믿었다.


앤의 이야기는 깁슨 걸이 한창 유행했을 시기와 겹쳐있다. 미디어에서 성인이 된 앤을 그릴 때 발현되는 이미지는 외관상으로 깁슨 걸과 유사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저 그 시대의 유행을 따랐을 뿐, 앤과 루시 모드 몽고메리를 깁슨이 봤던 여성 중 한 명으로 치부해버릴 수 없는 이유는 여성 작가인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펜 아래에서 앤 커스버스라는 캐릭터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앤은 감수성이 풍부하지만 때론 남자와 경쟁을 하기도 하고 자신에게 귀감이 되는 다른 여성들을 사랑하는 그런, 한 명의 여성이다.

그런 앤이 마릴라와 레이첼을 위해 구름같이 부드러운 비스킷을 대접하는 동안 나는 차와 함께 먹을 초콜릿 칩 쿠키를 준비했다. 


초콜릿 칩 쿠키

버터 120g

갈색 설탕 70g

흑설탕 80g

달걀 1개

바닐라 1 tsp

밀가루 157g

전분 5g

소금 1/2 tsp

베이킹파우더 1/2 tsp

베이킹 소다 1/2 tsp

초콜릿 칩 양껏


1. 실온에 둔 버터와 설탕을 잘 섞어 크림화한다.

2. 버터 반죽에 실온에 꺼내 둔 달걀과 바닐라 엑스트렉을 넣고 섞는다.

3. 밀가루, 전분, 소금, 베이킹파우더, 베이킹 소다를 체에 내려서 버터 반죽과 섞는다.

4. 준비한 초콜릿 칩을 넣고 잘 섞는다. 이때 모든 초콜릿 칩이 반죽에 붙어있을 수 있는 정도로만 초콜릿 칩을 넣어야 좋다.

5. 냉장고에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보관 후 손으로 동그랗게 반죽하거나 아이스크림 스쿱으로 떠서 모양을 낸다.

6. 180도 오븐에 15분 정도, 또는 위가 금색으로 익을 때까지 굽는다.

7. 5분 정도 식혀서 차랑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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