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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리하는 일상 Jun 05. 2020

초록 지붕의 앤 7.

Scalloped Tomotoes

로지애나의 PLENTY 영상

로지애나는 2017년 1월, 요탐 오틀랭키의 채식 요리책, PLENTY에 나오는 레시피를 갖고 요리를 한다. 소설가 존 그린의 매니저인 로지애나는 존 그린의 가족과의 저녁식사에 이 요리책에 등장하는 토마토 요리를 준비한다. 토마토 속을 빼고 속에 양파와 빵가루를 채워 만드는 이 요리와 그 외 수많은 요리들을 한 달간 하며, 로지애나는 자신의 위치를 되돌아보고 마음의 상처들을 치유하고자 한다.


화이트샌즈 호텔 음악회에 참가하게 된 앤은 화이트 샌즈에서 하는 시 낭송이 자신의 인생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전 학교 크리스마스 행사에서 시 낭송을 하고 찬사를 받았던 앤이었기에 화이트샌즈 호텔 음악회도 희망적으로 바라봤을 것이다. 다이애나는 앤이 입을 옷을 골라주며 기대를 한껏 부풀리고, 아이에게 허영심만 키워준다며 반대했던 마릴라도 내심 직접 음악회를 가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막상 화이트샌즈 호텔의 무대를 보고 앤을 두려움에 휩싸인다. 무대는 생각보다 크고, 조명도 밝고 게다가 호텔에 묵고 있는 전문 시 낭송가가 음악회에 참여를 할 예정인 것이다. 


넷플릭스 Anne with an E


결국 앤의 시 낭송은 성공적으로 끝나고 관객으로부터 앙코르 요청까지 받지만 이 사건이 중요한 이유는 앤이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준비한 낭송을 멋있게 끝낸 점과, 마릴라가 걱정했던 허영심이 아닌 그 반대의 생각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화려한 호텔에서 열린 화려한 음악회, 그리고 그 속에서 화려한 사람들을 보며 에번리의 아이들은 집에 돌아가는 마차에서 저마다 눈여겨본 장신구들과 옷가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수많은 칭찬 속에 앤이 발견한 기쁨은 다른 사람들의 인정이 아닌 자신이 보내온 그 시간들을 앤을 깨달았던 것일까? '내가 어른이었으면', '내가 부자였으면' 가질 수 있을 것들, 갖고 싶은 것들을 이야기하는 친구들에게 앤은 자신은 추억이 있기에 이미 부자라는 말을 한다. 


우린 부자야. 우리는 16년 동안 쌓은 멋진 추억이 있고, 여왕처럼 행복하고, 크고 작건 모두 상상력이 있어. 은색으로 빛나는 저 얕은 바다를 봐, 얘들아.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환상까지도. 우리가 백만 달러를 가지고 수많은 다이아몬드를 소유했다 해도 저 아름다움을 더 누릴 수는 없어.




스캘럽 토마토

어떤 방식으로 보면, 정말 화이트샌즈 호텔에서의 경험은 앤의 삶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매슈 아저씨의 사랑을 소중히 여길 줄 알게 되고 눈에 보이는 것보다 자신을 위한 상상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더 깊이 깨닫게 된 밤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예상보다 더 큰 무대에 서서 자신의 두려움을 올바른 방향으로 표출한 앤의 밤에 케이트 맥도널드가 상상한 음식은 토마토와 빵가루를 겹겹이 쌓아 만든 스캘럽 토마토다. 물결무늬 모양을 나타내는 '스캘럽'이라는 단어가 화이트샌즈 호텔과 퍽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스캘럽 토마토를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케이트 맥도널드의 레시피는 양파를 듬뿍 넣고 만들어야 한다. 양파로 만든 소스와 토마토, 그리고 빵가루와 잘 어우러지는 음식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케이트 맥도널드의 스캘럽 토마토를 만들면서 로지애나가 만들었던 토마토 요리를 생각했다. 만드는 방법과 형태는 다르지만 로지애나가 만든 토마토 요리 역시 양파와 빵가루를 필요로 하고, 그 재료들을 속을 뺀 토마토에 넣어 굽는 요리이기 때문이다.


로지애나의 영상은 업로드한 날부터 나에게 큰 안식처가 되어준 영상이다. 그리고 앤은 올해 초 힘든 시기를 보내던 나에게 며칠이나마 위안을 줬던 시리즈이기도 하다. 그 두 주인공의 음식을 보면서 나는 파프리카 속을 채워 만드는 음식을 해봤다. 토마토가 필요한 음식도 아니고 많은 양의 양파를 필요로 하는 음식도 아니었지만 두 토마토 요리와 어울리는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볶음밥을 만들고 속을 비운 파프리카에 밥을 채웠다. 위에 달걀과 치즈를 올려 오븐에 구웠다. 오랜만에 한 요리였고 오랜만에 먹은 든든한 한 끼였다.




*<빨강 머리 앤>의 인용은 고정아 번역가님이 번역의 참고했습니다.

*로지애나 영상 링크: https://youtu.be/uxijFGSwKS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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