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보면 참 예쁘게도 차려 먹던데.
나의 식사 풍경은 현실 그 자체다. 사진을 찍으려고 꾸며볼까 하다가 간소하게 차려내는 쪽을 택했다. 그 편이 더 나를 돌보는 식사일 테지.
식사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
그래도 사진으로 남긴다고 생각하니 괜히 나를 대접하게 된다.
사진으로 남긴다 하면 반찬통 그대로 꺼내 먹고, 패스트푸드로 대충 때우는 식의 끼니를 찍고 싶진 않을 것이다.
예쁘지만 그릇장에 넣어두고 잘 쓰지 않던 접시를 꺼내고 반찬도 꺼내어 담아보고 화려하진 않아도 정갈하게 차려 본다.
01
머그컵 가득 차를 따라 붓고 엄마가 준 찐 고구마에 샐러드를 곁들인 것이 나의 아침 식사.
쌀쌀해진 날씨가 반가운 건 따뜻한 차 한 잔에 스르르 녹는 몸 때문이지.
다이어트를 하냐고?
다이어트를 하는 것도 맞고 아니기도 하다.
건강하게 먹기도 하지만 몸에 나쁠만한 음식도 가려 먹지 않기 때문에.
02
아침엔 빵을 먹는 걸 좋아한다. 건강에 안 좋을지 몰라도 내 마음에는 아침 식사에 빵이 있는 날은 좋은 하루의 시작이긴 하니까. 죄책감보다는 즐기도록. 아침의 소박한 일탈
누군가는 말한다. 아침에는 이러한 음식은 안 좋고 아침에 이런 음식을 먹어야 건강에 좋다고.
네, 아는데요. 늘 그럴 순 없잖아요.
03
감자보다는 고구마.
아메리카노보다는 라테 파.
고구마와 우유를 곁들여 먹으면 맛있으니 라테도 맛있지 않을까 싶어서 시도했는데 우유가 아니라 두유를 넣어서 그런가 입안 가득 텁텁함만 남았다.
04
제철 과일은 꼭 챙기는 편이다. 올 가을에는 다른 과일은 충분해서 배를 자주 사 먹었다. 아이의 기침에 좋을까 하고 마트에 가면 배를 놓지를 못했다.
조금은 가슬가슬한 입자지만 입안 가득 머금는 과즙. 꿀꺽
아침부터 먹는 과일이 썩 내키진 않지만 아침에 입맛이 없는 날은 거르진 않고 과일 몇 조각만 챙긴다. 바쁜 하루였지만 사진을 찍으며 배를 유심히 보게 된 것이 좋다. 깎아두니 더 예쁜 배.
05
에그보일러를 사고 싶다가도 계란을 왕창 삶는 날은 그런 생각이 사라진다.
두 알씩은 먹어야지..
부글부글 끓던 냄비에 하얀 거품이 생긴다. 에고. 아까 계란을 넣다가 살짝 놓치는 바람에 계란이 냄비바닥에 깨진 것 같다.
먹은 음식이 곧 내가 되는 것이니
식사는 나를 돌보는 행위다.
마음을 달래려 먹는 정크푸드 식사도
몸을 위해 먹는 건강한 식사도 모두 나를 위한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