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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 Nov 17. 2023

먼저 건네는 안부

01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 속에서 안부를 묻는게 익숙한 요즘이다. 습관을 버리기 힘들다면 스마트폰에 저장해둔 에세이집을 읽어야지.


 에세이 속에서 오늘 하루의 동력이 되어줄 문장을 찾아 낸다.


 혼자 걷는 게 좋은 것은 걷는 기쁨을 내 다리하고 오붓하게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다리를 나하고 분리시켜 아주 친한 남처럼 여기면서,
70년 동안 실어 나르고도 아직도 정정하게 내가 가고 싶은 데 데려다주고
마치 나무의 뿌리처럼 땅과 나를 연결시켜주는 다리에게 감사하는 마음은
늘 내 가슴을 울렁거리게 한다.
매일매일 가슴이 울렁거릴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인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걷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이유를 갖게 해주는 문장을 만나는 순간,

 나에게 문장을 선물해준 작가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내 영혼에게 묻는다.

 안녕. 

 오늘 너를 살아가게 할 문장이야. 마음에 드니. 


 스마트폰이나 TV를 통해 가질 수 없는 감상이다. 나의 영혼에게 전하는 안부. 



02  


 가을의 단풍잎들이 나에게 안부를 건넨다. 

 올 한해 잘 보냈느냐고. 어땠느냐고. 조금 머뭇거리다가 답한다. 

 "아주 잘 보냈어. 몸은 건강하고 마음은 편안히."


 조금 머뭇거린 이유는 완전한 건 없기 때문이지. 결코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야. 

 

 매년 11월이 되면 마음이 안달났었다.

 연초에 계획한 것들을 이루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똘똘 뭉쳐서.

 2023년은 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같은 결을 지닌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직접 찾아 나섰던 나. 

 선물처럼 만나게 된 사람들. 

 이 정도면 잘 보냈지? 



03 


 친정엄마가 주고 간 딸기 모종을 토분에 옮겨 심었다. 

 하루가 늦었지만 물도 흠뻑 주고 아이가 '별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름을 지어주니 마치 생명력을 불어넣은 듯 애틋해지는 마음이 든다. 

 아 이름은 그런 것이구나. 

 이름을 먼저 불러주자. 

 별이야, 잘 잤니.



04

 

 잠시 덮어두었던 일기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오늘 하루도 살아내느라 고생한 나에게 전하는 안부. 그게 일기 쓰기다. 

 마음이 안녕했는지 어디가 불편했는지 살뜰히 마음을 보살피는 일.

 마음을 치유하는 글쓰기. 

 그것이 나의 마음이든, 독자의 마음이든 글에는 그런 힘이 있으니까. 

 토해내듯 글로 옮겨적는 일과 사뿐히 흔적을 남기는 일. 그저 사뿐히 흔적을 남기는 날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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