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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 Dec 01. 2023

차(茶)의 시간

나와 너를 돌아보는 안온한 의식 

언제부터였을까. 

내 몸에 들어가는 음식뿐만 아니라 물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건.


사람의 몸은 약 70% 정도가 물이고 지구도 약 70%가 물이라는데 

창조주의 법칙일까. 

사람이든 지구든 70% 정도는 물이 있어야 유연해질 수 있다든지 하는 한낱 인간으로서는 미처 다 알기 어려운 원리 같은 것이 숨겨져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곳이 스타벅스이면 어떤가. 장소보단 시선이고 마음이다. 


잠을 깨우기 위한 수단 정도였던 커피가 취향으로 번진 기호식품에서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되었었다. 


커피보다는 차를 먼저 만난 게 신기하기도 하다. 

커피와 친구가 되기 전 먼저 만난 차는 중학생 때였다. 


중학생 때 내가 다도부에 들어가게 된 경위는 기억하고 있는 것이 전혀 없지만 

깨지기 쉬운 다기를 조심스레 다루고 한 모금 마시면 푸근해지는 기운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어른이 되어서 만난 다도는 점잖은 사람들의 고상한 취미정도로 여겨지다가

효리네 민박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대중화가 되더니 점잖지만은 않은 나도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 않고 차를 애호한다고 말할 정도가 되었다. 



문숙 배우님은 다도를 물에 대한 제례로 의미를 해석하면서

내 몸의 70%를 구성하는 물을 정성스레 달여 준비해서 마시는 과정을 통해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시간으로써 시범을 보이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내가 느꼈던 따뜻하던 기운이 그런 이유에서였나. 


사색적이고 철학적인 깊은 의미를 두고 시작한 차에 대한 사랑은 아니었지만 

나에게도 점차 차에 대한 철학이 쌓여가고 있다. 


의식적으로 '차의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는데

차의 시간은 나 혼자만의 시간이 9이고 함께 하는 시간이 1이다. 

다른 사람에게 차를 대접하는 것도 의미가 크지만 아직 많이 누리지 못한 탓이겠다. 


아무튼 나에게는 혼자만의 시간인데

바쁘게 종종거리며 살던 나를 잠잠하게 돌아보면서 머릿속을 정리하고 마음을 비우는 시간이다.

그래서 분주할수록 '차의 시간'이 너무나 간절해진다. 


나의 소박하고 곰살궂은 다기들

차에 대해 박식한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혼자 누리는 고요한 시간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만 있을 뿐이다. 


좋아하는데 고귀한 이유 같은 건 필요치 않다. 

내가 차의 시간을 온전히 누리며 안온해지는 마음을 누리면 그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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