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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 Dec 21. 2023

고마워 칭찬해 축복해

고마워

칭찬해

축복해


글자만 봐도 다정한 말들이다.


사랑이 부족한 가정에서 자라지 않았지만 

사랑의 표현이 말보다는 행동인 부모님이셨다. 

그럼에도 인정 욕구가 강했던 탓인지 모르겠지만 누군가 나를 칭찬하거나 인정해 주는 말을 하면 그게 그리도 좋았다.


아이가 태어나니 예쁘다, 귀엽다, 사랑스럽다는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남이 들으면 오글거릴만한 말도 서슴없이 아이에게 할 수 있었다. 


오동통하던 아기의 볼살이 점차 사라지고

제법 비율을 갖춰 키가 자라는 아이에게 문득 사랑의 다정한 말들의 빈도가 점점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를 보며 사랑스러움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닌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아이도 몇 해 살지 않았으면서 1~2년 정도 더 컸다고 볼 뽀뽀도 물어보고 하란다.

서운한 감정을 내비치니 아이도 당황하며 조건을 취소했지만 

내가 아이에게 오글거릴 정도의 사랑의 말들이 자연스레 줄어들듯이

아이도 그런가 보다 싶다. 



그런데도 나는 자연스레 넘기고 싶지가 않았다. 


아이가 더 자라 청소년기를 지나 청년이 되어도 부모님 사랑합니다 하며 자연스럽게 다정한 말들을 나눌 수 있는 관계로 남고 싶다면 욕심일까?


아이가 컸다고 해서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하지는 않는지 감정적인 소통을 위해 노력했더니 

잠자리에 누워 아이는 고해성사하듯 그날 느낀 감정들과 에피소드에 대해 나에게 토로한다. 

내가 사과를 해야 할 때도 있고 그저 즐겁기만 한 날이어서 사랑한다는 말만 나눌 때도 있다. 

그렇게 한참을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이 든다. 


상대를 탓하고 

밉다 못해 뾰족해서 찌르는 나까지 아픈 말 말고

보듬어주는 말을 나누자. 남에게도 나에게도. 

마음을 몽글몽글 만져주는 말들이 가슴에 남아서 추운 겨울을 날 수 있는 힘이 되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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