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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명찬 Jan 24. 2020

담을 넘어오다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감기에 걸리면 일주일 넘게 초죽음이 되곤 했었다. 입맛도 같이 바닥으로 떨어져 잘 먹지도 못하고  어머니의 근심거리가 되곤 했었다.     


입시생이 되고나니 아파도 쉴 수 없고 보충학습에 야간 자율학습까지 끝내야 집에 올 수 있었다. 도시락을 두 개씩 싸들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또 아팠다. 아픈 것보다 먹는 게 더 귀찮고 끔찍했다. 그래서 아침에 도시락을 하나만 들고 학교에 갔다. 반씩, 두 번에 나눠먹을 생각이었다.     


저녁 식사시간이 되었을 때, 옆 반 아이가 나를 찾아왔다. 어떤 아줌마가 학교 담 너머에서 나를 찾는다고 했다. 가보니 어머니가 저녁 도시락을 들고 계셨다. 어머니는 소풍 때나 가져가는 삼 층짜리 큰 도시락을 담 위로 넘겨주시며 친구들과 나눠 먹으라고 하셨다.   

     

교실로 돌아와 도시락 뚜껑을 여니 갓 삶아 따끈따끈한 짜장 라면이 가득 들어있었다. 반 아이들이 ‘와’ 하고 달려들었다.          


*

두 젓가락도 차례가 돌아오지 않았지만 배 속이 든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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