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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송이 Oct 17. 2024

우리에겐 좋은 아침이 있었다.

애쓰지 않고 얻는 좋은 아침

상대방에게 “좋은 아침“이라는 인사를 진심으로 했던 때가 언제였을까? 나는 좋은 아침이지만 상대방은 그렇지 않은 아침일지도 몰라 어느 순간 사용하지 않는 인사말이 되었다. 재작년 칠보산 근처로 이사 온 후 날마다 습격받는 아름다운 풍경 덕에 기분 좋은 날로 시작하는 하루가 많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근하고 나면 금세 ‘좋았던 ‘이 되고 만다. ’ 좋은 ‘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 하고, 자꾸만 찾아와 괴롭히는 두통을 물리치기 위해 빠른 시간 내에 커피를 마셔야 했다.


엄마가 되면 더 피곤하고 힘들고 지치는 아침일 거라 상상했다. 워낙 잠이 많아 걱정되는 것 중에 하나기도 했다. 아무리 바꿔도 별로인 스마트폰 알람 소리 없이 깨는 잠. 5분, 10분 다시 알람을 맞춰가며 채워지지도 않는 잠을 연장하던 손놀림은 이제 없다. 어디선가 작은 몸이 부스럭부스럭 서투르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바다가 일어난 소리다. 아기와 눈이 마주치면 기다렸다는 듯 반달 모양 눈을 하고 헤벌쭉 입을 벌려 환하게 반겨준다.


“바다 잘 잤어?” 작은 몸을 번쩍 들어 올려 얼굴을 비비고 폭 안아주며 인사를 건넨다. 물을 필요가 있냐는 듯 다시 배시시 한 얼굴로 소리를 지른다. ”엄마, 보면 몰라요! 좋은 아침이라고요! “ 하고 말하는 것 같다. 어쩜 이 아기는 매일이 좋은 아침일까? 날마다 놀랍다. 나도 바다처럼 아주 어릴 때 그랬겠지. 바다 덕에 잃어버린 좋은 아침을 찾았다. 애쓰지 않아도. 부지런히 아이스 라테를 찾아 마시지 않아도 행복한 아침이 있다니. 매일 같은 모양이지만 항상 웃음이 난다.


현대인의 아침도 행복할 수 있다. 이제라도 알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우리 모두의 어느 시절에 분명 좋은 아침이 있었다.

바다 70일 쯤 여전히 부어있는 모자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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