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내린 폭설
갑작스레 첫눈이 온다는 소식에 설레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셋이 모여 본 눈 풍경이 기뻤다. 아기도 계속 창문가로 기어가 내리는 눈을 보고 또 봤다.
그칠 줄 모르는 눈은 점점 재난이 되어 마음을 무겁게 했다. 2층을 가려주던 단풍나무 가지가 실시간으로 부러졌다. 앞으로 얼마나 더 추울까. 여름엔 얼마나 더 더울까. 걱정되는 가족들이 자꾸 생각났다. 기분이 오락가락했다.
해가 뜨고 눈이 녹길래 이틀 만에 집 밖을 나섰다. 길목마다 개성 있는 눈사람들이 서있고 아파트 중앙 분수대에는 눈싸움하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소리가 가득했다.
남편이 바다를 안아 몸이 가벼운 김에 눈이 가득 쌓여있는 고요한 곳에서 새하얀 숨을 쉬었다. 깨끗하고 청량한 공기를 마시니 머릿속이 좀 가벼워졌다. 이내 불안 속에 숨어 있던 마음이 꺼내졌다.
아기가 살아갈 세상에 대한 걱정과 가족의 안전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이틀 밤새 쌓이는 눈만큼 마음에 쌓였던 듯하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면서.
낭만적일 줄만 알았던 바다와의 첫눈에는 기쁨과 불안이 뒤섞였다. 커진 사랑이 만들어 낸 감정들. 기록적인 폭설이었던 만큼 내 기억에도 오래 남을 첫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