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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유 Mar 25. 2023

내가 책 쓰기를 해야 하는 이유

내 글을 읽고 희망을 갖게 되었다는 그녀


그녀를 안 지는 고작 5일째.

오늘 그녀를 처음 만났다. 브런치를 통해 알게 된 그녀는 40대 중반의 미혼이었다.

월요일에 처음 연락을 하게 된 후 그녀는 내 글들을 읽어내기 시작했다. 놀라운 속도로..

그녀가 '좋아요'를 누를 때마다 어둠 속에 있던 내 형체가 차츰차츰 드러나는 것 같았다.

세어 보니 그녀가 좋아요를 누른 글은 69개였다.

나의 과거에 대해 솔직하게 쓴 글이었기에 유리병 안에 들어있는 날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4일 후 그녀에게 카톡이 왔다.

"내일 시간 괜찮으시면 찾아가 뵙고 싶어요"라고.

생각보다 일찍 만나게 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으나 나도 그녀를 빨리 만나게 될 거라는 예상은 한 터였다.

오늘 아침부터 약간은 기대되고 들뜬 기분이었다.

'글로 만났던 날 실제로 만나면 어떤 기분을 느끼시려나?'

나 또한 사진에서만 본 그녀의 느낌과 실제로 만났을 때의 느낌이 어떨지 금했다.




약속한 시간에 상담실 대기실에 앉아 있으려니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그녀다'

"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는 그녀의 얼굴이 발그스레 상기되었다. 사진에서 본 것보다 머리가 더 짧았고 약간 보이쉬한 느낌이었다. 커다란 금테안경을 꺼내서 쓰는 그녀의 태도에서 수줍지만 어떤 힘이 느껴졌다.

나도 약간은 긴장된 표정이었으리라. 우리 둘 다 오늘의 만남에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고 있음을 알았다.

우린 공통점이 참 많았다.

무서운 아버지, 미모가 뛰어난 엄마,  INFP 성향, 수줍음 많았던 어린 시절 등...


"사실은 저도 이렇게 빨리 선생님을 찾아오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녀가 차분하면서 조용한 말투로 말하기 시작했다.

2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어마어마한 양의 이야기들이 오갔다. 나에 관한 건 글을 통해 많은 정보를 이미 알고 있었기에 주로 그녀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특히 그녀의 연애, 이별 그 이후의 고통스러웠던 경험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그 남자의 어떤 면이 그렇게 좋았어요?"

" 헤어진 뒤 죽을 만큼 힘들었던 건 의지할 대상이 없어졌기 때문인가요?"

" 뭔가 그 사람의 역동에 말려들어간 것 같지 않나요?"


나의 질문들이 이어졌고 그녀는 내 질문에 답을 하며 스스로 다시금 정리를 하는 듯이 보였다.

" 선생님은 참 대단하세요. 그렇게 힘든 시간들을 견뎌내시면서도 어떻게 진정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으셨어요?" 그녀가 내게 질문했다.

" 글쎄요. 그만큼 절실해서였을까요? 음... 그건 믿음의 문제였는지도 모르겠어요. 꼭 그런 사람을 만날 거라는 믿음"


" 사실 난 그 이후 내게 더 이상 남자는 없다, 행복이라는 걸 바라지 않고 일중독에 빠져 정신없이 살았어요. 그런데 선생님 글을 읽으며 나도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그마한 희망을 가지게 되었어요. 아직은 너무 늦은 건 아니라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나에게도 작은 희망이 움틀거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니, 너무 벅찬 감동이었다. 그녀를 통해 주님이 내게 응답해 주시는 거라 확신이 들었다.




" 제가 요즘 책 쓰기를 하다가 좌절감을 느끼면서 책 쓰기를 포기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던 중이었어요. 스스로 재능이 없는 것 같아서..

그런데 제 글을 읽고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는 말을 들으니 너무 감사하네요, 그게 바로 제가 글을 쓰게 되고 책 쓰기를 하려던 이유였거든요.

우리가 만난 건 우연이 아니었군요. 둘 다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하려는 그분의 계획하심이었어요"

우린 둘 다 벅차오르는 감정에 눈시울이 붉어졌고 가슴이 따뜻함으로 물들어갔다.


오늘 그녀와 대화를 마치고 나서 난 다시금 '희망'에 대해 생각했다.  '희망'의 뜻은 1. 어떤 일을 이루거나 하기를 바람. 2. 앞으로 잘 될 수 있는 가능성이다.

난 오늘의 만남을 통해 책 쓰기를 바라고 책 쓰기가 잘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믿게 되었고 그녀는 자신에게 잘 맞는 남자를 만나서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게 되었다.


우리는 한 번의 만남만으로도 많은 것들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또한 알게 되었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내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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