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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유 Apr 02. 2023

<책 만들다 우는 밤> 북토크를 가다

꿈꾸는인생의 홍지애대표님


북토크 참석은 처음이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자신의 존재감을 있는 힘껏 뽐내고 있는 봄날 토요일 오후 5시에 하는 북토크에 참석하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꿈꾸는인생출판사를 처음 알게 된 건 김설작가님의 <사생활들>을 사서 읽게 되면서였다.


꿈꾸는인생, 꿈꾸는인생..이라?

얼마나 멋진 이름인가? 1인 출판사라고 들은 것 같은데... 이런 멋진 이름으로 출판사를 내신 대표님은 어떤 분이실까? 나의 호기심은 먹잇감을 찾은 수사자 같았다.

검색의 여왕답게 여기저기 검색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어디에선가 대표님 성함이 홍지애라는 것과 사진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분도 크리스천이라는 것도... 꿈꾸는인생이란 단어를 보며 나도 모르게 그분도 크리스천이 아닐까? 란 예감이 들었었기에.



가녀리고 갸름한 소녀 같은 얼굴에 눈빛은 꿈꾸는 듯이 빛났고 미소는 햇빛 한 조각을 머금은 듯 따뜻했다.

꿈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꿈꾸는인생의 책을 읽고 다시 꿈을 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 문구에서 난 이미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와... 내 스타일이시다'


그리고 최근에 책을 출간하고 한 인터뷰에서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포근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찾아 책으로 만들어내는

작은 출판사가 여기 있다는 걸, 제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라고 하셨다.


인스타를 팔로우하고 열심히 좋아요를 누르다가 홍지애대표님이 <책 만들다 우는 밤> 북토크를 하신다는 걸 알게 되고 난 즉시 신청을 했다.




토요일 상담 3 케이스 하고 조금 일찍 북토크 장소인 연희책방으로 향했다. 가면서 소개팅을 나가는 20대 여대생의 마음처럼 가슴이 설레었다.

책방연희는 경의선책거리에 있었는데 도착하자 난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멀리 놀이를 갈 필요가 없다는 듯 벚꽃의 향연이 어마어마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의 목적은 꽃구경이 아니었으니 아쉽지만 사진 몇 장만 찍고 책방연희로 조심스레 들어갔다.

이미 5~6명의 참석자 분들이 오셔서 책을 들러보고 진도 찍고 계셨다. 난 어색하기도 하고 긴장도 돼서 좋아하는 책구경도 하지 않고 커다란 테이블로 가서 앉아 있었다. 참석자는 11~12명 정도 되었다.



드디어 홍지애대표님이 오셨다. 난 대표님 자리 바로 오른쪽에 앉아있었다.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고 싶은 마음에...

사진보다 더 예쁘셨다. 특히 눈이 인형눈처럼 긴 속눈썹에 보석처럼 빛났다.


1시간 20분 동안 1인 출판사를 겁도 없이 차리시고 겪었던 수많은 에피소드와 힘들었던 마음을 담담히 풀어나가셨다.


"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때 재미와 보람과 돈이 있으면 최고의 직업이 될 텐데 1인 출판사로 책 만드는 일은 재미와 보람은 확실히 있는데 돈이 안 따라 주는 거예요. 그런 나를 보며 주위에서 많은 조언들을 해주지만 마음만 받고 실제적으로 도움 되는 조언은 거의 없더라고요."


정말 순수하고 꿈을 실현하시는데 진심인 분이셨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성공을 했다는 에피소드가 아니라 어떻게 그 일을 5년째 지켜내고 견뎌내고 있는지를 이야기하셨다.

" 경제적으로 그렇게 힘들면 그만둬야 하는데 마음에 드는 원고를 보면 또 그 글을 실체화시켜서 책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또 올라오는 거예요. 정말 책 만드는 일을 너무 좋아해요."

'나라면 과연 그렇게 경제적으로 힘든데 5년을 버텨낼 수 있었을까?'




나중에 질문 시간에 난 좀 생뚱맞은 질문을 했다.

"대표님 MBTI가 INFP이신가요?"

대표님은 약간 당황하시며

" 아니요 전 INFJ 예요. 신기하게도 저랑 작업하신 작가님들 중에도 INFJ가 많으세요."

" 대표님 이야기 들으며 이상주의자시라는 느낌이 들어서요.. 사실 저도 NF거든요. 비슷한 성향끼리 통하는 느낌이 들어서 끌리게 되는 것 같아요."

대표님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마음이 결국은 이렇게 바로 옆에 앉아 눈을 마주 보며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모든 일에는 우연이 없다.'


난 나의 꿈이었던 심리상담카페를 용감하게 창업했지만 1년 7개월 만에 닫을 수밖에 없었다.

상담과 커피와 음악, 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것들이었고 그냥 상담실이 아닌 편안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상담을 하는 게 너무 좋았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터지고 상담만으론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그 아름다운 공간이 없어졌다는 게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아리도록 슬픈 일이었다.


홍대표님은 여려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집념과 내면의 힘이 대단하신 분이라는 게 느껴졌다. 전형적인 외유내강 스타일이랄까?

예전에 교회 전도사님이셨다고 하시더니 아마 신앙의 힘이 아닐까? 상상해 봤다.

대표님 이야기를 들으며 이미 내 회사라도 되는 양 어떻게 책이 잘 팔릴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북토크의 잔상이 오래도록 내 마음에 머물러 있었다.

' 대표님이 새롭게 하소서 프로그램에 출연하시면 어떨까?'

' 책 표지를 좀 더 눈에 확 뜨이게 하면 더 관심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 어리고 빠릿빠릿한 마케팅 담당 직원을 한 명 뽑아서 공격적으로 홍보를 한다면?'

책 매출을 늘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했지만 묘안은 떠오르지 않았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어느샌가 잠에 빠져들어버렸다.

'하나님 꿈꾸는인생출판사의 책들이 많이 많이 팔리게 해 주세요'라고 간절히 기도하면서...

책 만들다 우는 밤이 책 만들다 웃는 낮이 되기를..간절히...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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