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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유 Apr 17. 2023

다리근육도, 글쓰기 근육도...

퇴행성관절염과 글쓰기 멈춤


"딩동"
2주 동안 글을 발행하지 않았더니 브런치에서 알림이 왔다.

글쓰기 근육도 운동과 같아서  매일 한 문장이라도  글을 쓰라고..



최근에 글쓰기 근육이 없어졌다는 걸 마음속에서 절감하고 있었기에 이 알림이 고마웠다.

혼내지 않고 부드럽게 설득하는 듯했다.

사실 글을 못 썼던 이유가 있었다.




"아아악"

1달 전쯤 산책을 하다 무릎을 삐끗했다. 통증이 얼마나 심한지 한 발짝도 걸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 여보 나 무릎을 삐끗했는데 걸을 수가 없어"

자다가 깬 남편이 부리나케 차로 데리러 왔다.


그때부터 근처에 있는 마취통증의학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에서 주사, 체외충격파, 물리치료, 소염진통제 약등으로 치료를 받았다.  처음엔 1~2주면 치유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낫지 않고 계속 통증이 4주 이상 지속되었다. 걸을 때마다 시큰거리고 찌르듯이 아파서 같은 건물의 상담실까지 걷는 것도 겨우겨우 걸어야 했다.

결국 척추, 관절 전문 병원에 가서 MRI를 찍었다.

결과는 퇴행성관절염 3기에 반월상연골이 밖으로 밀리면서 연골끼리 닿아서 염증이 생기고 물이 찬다는 거다. 

" 되도록이면 걷지 마시고요. 일단 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1주일 드시고 오세요"

하지만 난 스테로이드성 진통제는 차마 먹을 수가 없었다.


병원 순례를 하다가 허리 MRI도 찍게 되었다.

허리 MRI 결과는 소위 블랙디스크라고 하는 디스크내장증이라고 했다.

" 얼굴은 40대 같으신데 척추는 할머니예요."

신경외과 원장님이 약간 농담처럼 말씀하시는데 난 웃을 수가 없었다. 허리통증으로 거의 20년 가까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디스크내장증에 퇴행성관절염 3기라니...'

그동안 아픈 것을 겨우 참으며 살아왔던지라 한 순간에 마음이 무너짐을 느꼈다. 


아픈 것도 너무 싫고 참고 애쓰며 사는 것도 지긋지긋했다. 우리 여동생은 나보다 4살 어릴 뿐인데 아직도 남산을 뛰어다니는데... 왜 난 아빠를 닮아서 허리도, 무릎도 이 모양이란 말인가?

그런 유전자를 물려주신 아빠도 원망스러웠다.




1달 이상 제대로 걷지를 못하니 너무 우울했다.

일단 나의 소확행이던 아침산책을 못한다는 게 너무 슬펐다. 3월 중순부터 아팠으니 동네 공원에서 피는 꽃들을 만나볼 수 없었다.

아침의 향기를 맡지 못하니 내 영혼이 시들시들해져 갔다. 계속 통증 때문에 얼굴을 찌푸리게 되니 얼굴도 확 늙어버렸다.


연골은 재생되는 게 아니라서 한번 나빠진 무릎은 계속해서 퇴행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누워서 가만히 있으면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난 행복하면 안 되는 건가?'

중년의 나이에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겨우 행복을 찾았는데 암부터 시작해서 허리디스크 통증에 이제는 퇴행성관절염까지...

퇴행성관절염 3기라는 말을 듣고 온 날 터져버린 울음은 멈출 줄을 몰랐다.


울만큼 울고 나니 고민이 시작되었다.

'인공 관절 수술을 해야 하나?'

보통 70살 전에는 수술을 권하진 않는다는데...

' 이렇게 바로 앞 마트도 가지 못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걸까?'

걷지 못하니 삶의 질이 너무 떨어지고 남편에게 눈치도 보였다.


" 여보 맨날 아파서 미안해..."

집에서 누워만 있다가 남편이 퇴근하고 들어올 때 울먹이며 말했다.

" 무슨 그런 말을 해? 괜찮아. 내가 평생 당신 데리고 살 거니까 걱정 마"

 남편은 애써 밝은 척하며 말했다. 하지만 그 말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남편도 맨날 아픈 아내를 보는 게 지칠 텐데...'




누워서  유튜브로 퇴행성관절염, 만성통증, 디스크내장증 등 검색해 보는 게 일상이었다.

그러다가 어떤 한의사원장님의 "소염진통제 절대 먹지 마라"라는 영상을 접하게 되었다.

염증은  특정 조직에 대한 손상이나 감염에 대한 생체 내 반응으로 염증의 목적은 조직의 손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조직재생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니까 염증 자체가 나쁜 게 아니다. 몸에서 일어나는 이 염증 반응을 소염진통제가 억누르는 것이 더 관절은 안 좋게 만든다는 것이다. 소염진통제를 오래 먹으면 오히려 관절염이 악화된다고 하셨다.

오랜 시간 소염진통제를 안 먹은 날이 드물정도였던 난 그 약이 더 만성통증의 원인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다음 날 한의원을 찾아갔다. 원장님은 내 몸의 상태를 자세히 물어봐주시고 1시간 정도 진료를 해주셨다.

그리고 항염증한약을 지었다. 간에 만성염증이 있으면 관절이 계속 안 좋아진다는 거였다.

일단 대화를 통해 신뢰감이 생겼고 그날부터 맨날 영양제처럼 먹던 소염진통제를 끊었다. 

나로서는 기적 같은 일이다!!

조금만 아플 것 같으면 진통제를 먹는 게 당연한 일이었기에...

내가 아픈 것에 대해 불안이 심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진통제 중독이었던 것이다. 통증을 두려워하지 않고 참고 견디다 보니 몸이 스스로 치유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무릎을 다치고 처음엔 '그날 산책을 나가지 말걸..'하고 후회를 많이 했지만 오히려 이번 기회에 진통제를 끊고 다리 근육운동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서 꼭 나쁘지만은 않은 일이었다고 생각된다.


아직 항염증한약이 배송되지 않았지만 몸이 좋아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겼다.

이번 사건을 통하여 나는 매일 조금씩 무릎주위 근육을 단련하는 근력운동을 매일매일 할 것을 스스로 맹세했다.

뭐든지 없어져봐야 그 고마움을 알게 되나 보다.

내 다리로 걸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아울러 글쓰기도 매일 조금씩 쓰기 시작해서 글쓰기근육을 단련해야 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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