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주저하지 않고 " 네 엄마요"라고 했고 최근에 나르시시스트 엄마에 대해 글을 쓰고 있고 책을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목사님이 내가 아픈 이유가 그것 때문일 수 있다고 하시며 글을 쓰며 예전에 느꼈던 마음의 상처와 힘들고 억울하고 외로웠던 감정들을 느끼며 몸이 반응하는 것 같다고 하셨다. 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글을 쓰며 새록새록 상처가 다시 되살아나서 2차, 3차의 가해를 하고 있었던 거다. 최근에 부정적인 감정을 계속 느끼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니 몸도 마음도 지쳐있었다. 하지만 목사님이 말씀하시는 건 영적인 차원이었다.
"어머니를 용서하고 축복하고 사랑하세요. 그래야 자매님 몸이 아프지 않고 악한 영에게 틈을 주지 않을 수 있어요. 악한 영은 자매님이 미워하는 그 감정을 타고 자매님께 들어올 수 있거든요. 그 미움이 자매님의 몸을 아프게 하는 거예요. 제가 아는 연세 많으신 장로님이 암 4기었는데 평생 미워했던 사람들을 용서하고 축복하고 사랑한다고 했더니 암이 감쪽같이 사라지셨대요.자매님도 지금까지 미워했던 사람들 한분 한분 용서해 보세요."
무슨 말씀인지 충분히 이해가 되고 수긍이 갔다.
그리고 내가 어린 시절부터 느꼈던 고아의 영, 미움의 영, 외로움의 영, 억울함의 영, 분노의 영, 슬픔의 영, 자기 연민의 영등이 나에게서 사라지도록 파쇄하는 기도를 해주셨다.
" 그리고 자매님 자기 자신을 용서하는 기도도 하셔야 해요. 왜 난 큰딸로 태어나 이런 상처와 억울함을 당해야 하지? 하면서 스스로를 미워했던 것. 그랬던 자신을 용서하고 축복하고 사랑해 주세요"
그 말씀을 들으며 내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래. 난 나 자신을 지독히도 미워했었지..'
그렇게 한참 기도를 한 후 눈을 뜨니 영혼이 맑아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음에서 자유함이 느껴졌고 몸도 편안해졌다. 용서하지 못하면 자기 마음이 지옥이라는 말이 정말 맞다는걸 실감했다.
"자매님 그리고 조심스럽게 제안하는 건데요. 어머니에 대한 책 쓰시는 거 안 하시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선택은 자매님이 하시는 거지만..."
그 말을 들으며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나도 글을 쓰며 죄책감도 순간순간 올라오고 가족들이 알게 되었을 땐 회복할 수 없는 관계단절이 올 거라 예상이 되었었다.
'하지만 책 쓰기를 하는 게 올해의 유일한 목표였는데...' 몇 달 동안 열심히 진행해 왔던 걸 포기한다는 건 나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러나 다음 순간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어떤 마음이 깨달아졌다. 나처럼 나르시시스트 엄마에게 고통받는 딸들을 위해 책을 쓴다는 명목 아래 어쩌면 그동안 상처를 준 엄마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는거.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