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 속의 게임 덕후
* 실제 사례를 참고하여 재구성하였습니다. 등장인물과 사건은 특정인을 지칭하지 않습니다.
어김없이 개강이 찾아왔다.
봄, 신입생, 캠퍼스라이프 이런 단어들이 함께하는 3월이다.
신입생도 아니면서 감히,
3월은,
이 나이의 나도 설렌다.
왜 그런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매년 항상 그렇다.
3월의 캠퍼스에 있는 모든 것은 생동감이 넘친다.
특히, 빳빳하고 새것임이 분명한 과잠을 입은 아이들은 한층 더 그렇게 보인다.
올해 3월 1일은 토요일이라 3월 3일 월요일이 대체 공휴일이다.
대체 공휴일이면 항상 생각나는 아이가 있다.
가람이는 3월 2일 개강 첫날 결석을 했다.
다음 시간에 물어보니 ‘3월 1일이 공휴일인데 일요일이라 월요일이 대체 공휴일이라고 생각해서 학교를 오지 않았다’고 했다.
‘What?’
물론 나와 좀 더 가까워졌을 때 털어놓았다.
게임을 아침까지 해서 1교시 수업에 못 왔다고.
거짓말해서 죄송하다고.
얼마나 신박한 거짓말인가?
지금은 연구원인 가람이는 한때 게이머를 꿈 꿀만큼 게임을 잘했다.
대회에서 여러 번 입상했을 정도이다.
가람이는 100% 이과생이었다.
뭐든 이해가 되어야 공부를 했고, 잘하는 과목과 그렇지 못한 과목이 명확하게 갈렸다.
이해될 때까지, 질문하는 바람에 나를 당황하게도 만들기도 했었다.
끊임없는 질문에 당황했던 그 순간들이, 지금은 나를 미소 짓게 만든다.
많은 것들의 원리를 알고 싶어 했던 가람이는, 어떨 때는 게임과 학문을 연결시키기도 했다.
게임의 용어는 잘 몰랐지만, 가람이의 설명을 들으면 학문과 게임 사이에 일맥상통하는 논리가 있었다.
그 아이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지식을 이해할 만큼 명석했다.
이해가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던 그 고집이, 이제는 연구원으로서 어렵고 복잡한 문제들을 풀어가는 그의 가장 큰 무기가 되었을 것이다.
지금의 그를 만든 건, 아마도 그날의 끝없는 질문들이 아니었을까.
강의실 가득 머물렀던 봄볕처럼, 학생들의 기억은 선명하게 남아있다.
많은 아이들이 이제 각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지만,
그들이 남긴 흔적은 아직도 캠퍼스 곳곳에 남아 있는 듯하다.
개강 때마다 캠퍼스에 피어오르는 설렘 속에서, 그들의 풋풋한 얼굴이 떠오르곤 한다.
이제 다시 3월, 새로운 아이들을 만날 시간이다.
그들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강의실에 들어올 것이다.
올해는 또 어떤 아이들이 나를 놀라게 할까.
그리고 몇 년 후,
나는 또 다른 봄날에, 그들을 추억하며 미소 짓고 있을 것이다.
빳빳한 과잠 속에 담긴 꿈들이 어떻게 피어날지, 그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3월의 아침이다.
나는 다시 설렌다.
어김없이 찾아온 3월,
그리고 어김없이 시작될 새로운 이야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