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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로우 Jun 05. 2020

I. 사회정책을 공부한다고?

대분류명 사회정책

나는 영국에서 곧 사회정책학 박사과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러나 나는 하나만 딱 집어서 무엇을 공부해왔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경영, 교육심리, 정책을 전공했고, 사회정책도 사회복지도 공부해본 적이 없다. 앞으로 할 공부도 사회정책, 심리, 재정 등이 융합된 주제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박사과정을 진학하려니 주변에서 내가 공부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맙게도 궁금해주셨다. 비록 나는 박사과정을 곧 들어갈 예정인 쪼렙 신출내기 연구원 주제라 이 글은 내용이 많이 모자라겠지만...


일단 이 '뭐 공부하니' 시리즈를 '사회정책'에 대한 소개로 시작해보고자 한다. 이것은 교과서적인 정의를 다뤘다기보다 내가 공부한 것을 요약한 것과 같다.





사회정책을 설명하기에 앞서 정책학을 먼저 다뤄보려고 한다.


정책학이 사회정책보다는 더 범위가 넓은 분야인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또한 설명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정책학이 석사 때 공부한 전공이라 사회정책을 공부하는데 기초적인 틀이 되었기 때문이다.


정책학은 정책을 만들고 개선하는 과정을 배우는 학문이고,
사회, 경제, 교육, 환경, 과학 등 여러 분야에 대한 지식을 곁들여 배우게 된다.

사회정책학은 정책을 만들고 개선하는 과정보다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정책을 공부하는 학문이다.

교집합은 있지만 우선순위가 다르다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정책학에서 다루는 '정책을 만들고 개선하는 과정'이란 무엇일까?


정책학은 정책을 설계하고, 평가하고, 시행하고, 개선하는 네 가지 단계에 필요한 것들로 구성된다.

각 단계별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정책 방향성을 설정하는데 뒷받침이 되는 철학적, 이론적 논의
2) 정책의 효과성 평가를 위한 사회학, 계량경제학적 연구 방법론
3) 시행에 필요한 행정적, 정치적 과정
4) 현상과 정책에 대한 실태 진단을 통한 개선방안 마련


조금 더 풀어써보면, 정책을 만들 때는 그것이 옳은 방향인지에 대한 철학이 필요하다. 특히 이런저런 의견도 제약도 많을 때 무엇이 우선순위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가치판단이 들어가기 때문에 올바른 생각에 기반하여 방향을 정한다. 정책이 잘 만들어졌는지 그 효과를 평가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다양한 연구방법론이 사용될 수 있다. 인터뷰, 설문, 데이터를 사용한 양적 분석 등이 해당된다. 그리고 여러 이해집단이 모여 정책에 대해 논의하고 입법과정을 거치기도 하는 등 다양한 행정적, 정치적 과정을 거친다.


나는 정책을 배우면서 철학적 논의와 효과 평가를 위한 통계 및 계량경제 방법론을 제일 많이 공부했다. 그리고 사회정책학 역시 정책 분석, 평가, 비교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정책학적 관점의 연장선에 있되 사회분야 정책에 제일 방점을 둔다고 생각한다.


또한, 정책학이라는 이름과 함께 공무원(행정가), 정치인(입법가)이 떠오르는 것도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위에 단계를 모두 거칠 수밖에 없는 정책학자는 학자이며, 공무원, 정치인, 시민사회와 함께 일하는 실무가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는 독특하게도 중앙 국가정책연구원이 있어서 상황을 분석하고, 어떤 정책이 있고,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한다. 국가정책연구원은 연구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국무조정실 산하에 있다. 보건복지부, 노동부, 기획재정부 산하였을 수 있는 정책연구원들이 국무조정실 산하에 있기 때문에 연구 내용에 대한 중립성을 지킬 수 있게 한다는 취지이다.





그래서 사회정책이란 것이 무엇이냐. (그걸 깔꼼하게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다면 난 이미 교과서 하나 정도를 썼을 것이다. 하지만 무리해서 한번 정리를 해보고자 한다.)


사회정책은 사람들의 삶에서 필요한 부분을 최대한 충족시키기 위해서 시행하는 모든 정책을 일컫는다. (고 생각한다.)


복지정책이 사회정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복지정책이 아직까지는 사람들이 경제적,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국가가 지원을 한다는 관점으로 받아들여지는데, 크게 다른 것은 아닐 수 있지만 '어려움' 해소를 목표로 하는지, 혹은 '필요한 것'을 제공한다라는 관점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그래서 사회정책은 그 범위를 좁게도 넓게도 볼 수 있다. 아마 이걸 제일 쉽게 설명하는 법은 아무래도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의 기준을 빌어 설명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OECD는 국가별로 데이터를 받아서 Social Expenditure(사회지출)을 구한다. 여기에 포함되는 프로그램의 범위는 9가지이다 : 1) 노령,  2) 유족,  3) 장애,  4) 보건,  5) 가족,  6) ALMP,  7) 실업,  8) 주거,  9) 기타. OECD에서 이러한 항목으로 분류되는 정책에 드는 비용을 사회비용으로 보는 것이니 이를 사회정책의 범위로 해석해볼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정책은 또한 사람들이 살면서 필요한 부분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모든 정책으로 정의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생애주기에 따라 필요한 것을 국가가 지원할 수 있다. 아이를 낳아서 육아비용이 필요한데 나라에서 누구를 대상으로 얼마를 줄 것인지, 보육을 지원할 때 현금 혹은 보육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실업한 경우 누구에게 얼마를 어느 기간 동안 줄 것인지, 일하기 어려운 노인에게 얼마를 어떻게 지급할지, 그리고 이런 모든 지원은 왜 하는지. 이런 것들이 포함되는 것이다.


이런 정책들은 대상자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살면서 보육, 초등 중등 고등 교육을 받고, 취업을 하고, 가족을 구성하고(1인 가구 포함), 늙거나 병이 들고 등 일련의 사건을 거치게 되는데 그것이 더 매끄럽고 만족스러워서, 삶의 질도 좋고 행복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삶에 힘듦이 있다면 그것이 왜 발생되는지에 대한 부분도 큰 분야이다. 특히 빈곤 연구는 내 관심사이기도 하다. 이러한 연구에서는 빈곤이나 사회적 박탈 같은 것에 대한 개인적, 사회구조적 원인을 살펴보기도 한다. 사회보장이나 소득보장, 말 그대로 삶에 필요한 것 혹은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역시 연구한다. 저출산 연구 등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하는 게 제일 좋을지에 대해서도 점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즉, 각종 세금, 사회보험 등 어떤 방식이 제일 적합하고 효율적일까에 관한 논의는 사회재정이라는 용어로 지칭하기도 한다.




복지정책과 사회정책은 거의 비슷할 수 있다. 그리고 사회정책을 연구하는 분들 대다수는 사회복지를 공부한 분들이다. 하지만 공부하는 내용을 기준으로 보면 사회정책과 사회복지에 약간의 차이는 있다.  


두 전공은 사람들의 삶이 질이 더 나아지게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공통적으로 연구하지만,

사회복지는 개인이나 가구단위, 지역사회 내 요인 간 상관관계를 연구하고
사회정책은 국가에 시행되는 거시 정책을 설계하고 개선하는 데 초점을 둔다.


내가 공부하게 될 옥스퍼드 역시 이 두 가지를 Social Intervention과 Social Policy로 구분하여 트랙을 개설해두었다. 대체로 미국은 사회복지학(Social Welfare, Social Work)을, 영국은 사회정책학(Social Policy)를 공부한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영국으로 유학을 결심하게 된 이유 역시 영국의 사회정책이 사뭇 비슷할 수 있는 학문적 목표를 가졌음에도 더 거시적인 단위의 원인과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점이었다. 이 점이 박사과정을 준비하시는 분께는 사회복지나 사회정책 중 어느 과정을 지원해야 할지에 대한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는 내가 왜 이것을 공부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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