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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불 Jan 22. 2022

별의 연주회

어둠의 목소리

하늘에서 별들이 쏟아져 내린다. 무엇이 그리도 슬퍼 우는 것일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 어둡고 깜깜해진 세상 속에서 빛나는 나의 마음을 보아달라며 온 힘을 다해 눈물을 쏟아내며 외친다. 그렇게 온 힘을 다해 세상을 연주한다. 




밤이 되면 나 홀로 빛나는 오두막이 있다. 이 세상은 18시 전과 18시 후로 나뉜다. 18시 전에는 온 세상이 시끌벅적하고, 18시 후에는 모두가 집에 들어가 버린다. 신데렐라는 12시 땡 하면 마법이 사라져 궁을 떠나야 하지만, 나는 18시 땡 하면 빛이 사라져 세상을 떠나야 한다. 18시 전에는 모두가 자신의 삶을 살아내느라 나를 보지 않고, 18시 후에는 모두가 자신의 또 다른 목소리를 내느라 나를 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그 세상을 떠나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 조그마한 빛을 만들어내 하늘에 띄운다. 하나 둘 띄운다.


아무도 봐주지 않을 나의 작은 빛, 하지만 나의 공간을 비춰주는 소중한 빛. 영롱하게 빛이나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유도 모른 채 눈물이 나온다. 너무 작은데, 너무 소중하고, 아무도 보지 않는데, 심히 반짝인다. 내 손에 들어오는 이 빛을 나 혼자 보기 아까워 어둠 가득한 하늘에 띄운다. 소중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행복한 마음으로, 눈물을 흘리며 하늘에 무사히 올라갈 때까지 조심스레 띄운다. 그렇게 그 빛은 하늘의 한 별이 된다. 


별을 바라보다 잠이 들고 아침이 된다. 세상이 너무 밝아진 까닭일까, 하늘의 별이 되어버린 빛은 보이지 않는다. 내가 만들어낸 빛은 어디에 위치하고 있을까. 하늘은 너무 밝고, 태양은 너무 강렬하고, 땅은 너무 시끄러워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그렇게 또 나는 세상을 떠나 조용한 숲 속으로 들어간다. 참으로 아득한 세상이다. 시끄럽던 세상은 은은히 울리는 숲소리로 대체되었고, 너무 밝았던 세상은 나무들로 대체되었다. 하지만 막강한 태양의 힘까진 그 어떤 것도 막을 수 없나 보다. 숲 속 곳곳에 그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을 보아하니. 


태양을 피해 어두운 곳을 찾다 보니 어느새 어두워졌다. 그런데 내가 장소를 옮길 것일까, 별이 장소를 옮긴 것일까. 아무리 찾아도 나의 별은 보이지 않는다. 나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빛이었는데, 나에게는 전부와도 같았던 빛이었는데. 나의 빛은 보이지 않고 다른 별들만 한없이 반짝인다. 별이 그리운 마음에 눈물을 떨어뜨리며 또 다른 빛이 만들어진다. 이 아이는 떠오르면 빛날 수 있을까. 내 눈물로 만들어낸 이 아이는 하늘에 띄우면 세상을 빛내 내가 웃을 수 있을까. 부디 그러길 바라는 마음으로 더한 눈물을 떨구며 하늘에 띄운다. 


몇 개의 빛을 띄웠을까.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 얼마나 많은 밤을 맞이했을까. 얼마나 많은 숲을 헤맸을까. 얼마나 하늘을 올려다보았을까. 자신의 별을 찾고자 온 힘을 다해 별을 불러댄다. 깜깜해져 아무도 나오지 않는 세상에서, 조용한 숲 속에서, 까만 밤을 향해 온 힘을 다해 별을 부른다. 목이 터져라, 눈물샘이 말러라, 손이 부러져라, 별을 부른다. 널 보고 싶다고, 내 눈앞에 나타나 달라고, 세상에 나와달라고, 간절한 마음을 다해 울며 불며 별을 부른다. 그때 숲에서도 목소리를 낸다. 개구리들이, 나무들이, 풀벌레들이, 하늘을 바라보며 운다. 땅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하늘에서는 하나둘씩 별들이 내려오더니, 별들이 쏟아져 내린다. 그렇게 하늘에서는 별들이 세상을 연주하고, 땅에서는 목소리들이 세상을 연주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Ry2Grm4p70o



아래 시는 어제 잠들기 전 위 노래를 한참 들으며 제 글과 연관 지어 쓴 시입니다.

추후 인스타에도 올릴 시입니다.

내 마음속 깊이 새어 나오는
꺼지지 않는 반쪽짜리 별

완성되지 못한
나의 별 하나 붙잡고
쭈욱 늘려 빛물을 흘려보낸다

온 세상을 향해 흘러가나
모두가 울고 있는 아픔으로 인해
나의 빛물도 함께 떠내려간다.

그대 어둠 속 깊이 새어 나오는
끝나지 않는 반쪽짜리 강
나의 빛물로 채워드리리

빛물 / 글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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