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난임일기의 엔딩이 무엇이든
이년 전, 난임일기를 시작할 때 그 끝은 임신일 거라 기대했다. 다시 병원을 다닌 지 9개월째.
야심 차게 다시 시작했는데 9개월 동안 한 거라곤 호르몬 정리를 위한 피임약 복용, 약물 무반응, 물혹 발견-피임약 복용의 반복이다.
난임일기가 자연스럽게 육아일기로 이어질 수 있을까. 브런치 창을 열 때마다 생각한다.
지난주 <슬의생>에 난임부부 이야기가 나왔다. 많이 공감했고 위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드라마가 마칠 때쯤 그 부부는 임신했다. 공감하고 위안을 얻었던 마음에 알 수 없는 배신감이 밀려왔다. 난임부부의 해피엔딩을 꼭 임신으로 그러야 하나.
오늘 설거지를 하다 문뜩 아 나의 난임일기는 임신으로 끝내지 못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난 드라마 주인공이 아니니까. 그럼에도 우리 부부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일 수 있다는 걸 나 스스로와 주위, 그리고 세상에 증명하고 싶기도 하다.
이제 피임약이 일주일 하고도 하나 남았다. 내 물혹 2개는 사라졌을까. 난 다음 달엔 채취는 할 수 있을까. 피임약을 한 알 먹을 때마다 숙제하는 마음이다.
임신을 하기 위해 피임약을 먹는 알 수 없는 내 숙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