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지 못해 후회한 것
내가 살면서 가장 후회했던 것이 20대에 여행을 많이 다녀보지 못한 것이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막연히 들었을 때 무엇보다도 키보드의 리듬을 잃게 한 건 경험의 부재였다.
꼭 해외 여행이 아니라 국내 여행도 마찬가지었다.
20대의 여행을 생각하면 친구들과 집 가까운 곳으로 놀러간 펜션이나 계곡, 그나마 멀리 간게 남해와 대천 해수욕장 정도가 전부인 듯하다.
물론 여행에 대해 누군가가 물을 때마다 "시간이 없어서." 혹은 "여자라 겁이 많아서"라는 뻔한 답변만을 말하곤 했다. 하지만 정말 시간이 없었고 겁이 많아 국내 여행조차 하지 못했던 걸까.
나름 변명을 하자면 수십가지를 말할 수 있지만 그건 말 그대로 변명일뿐이다.
여행이라는 것이 가치있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된 건 고작 몇 년 전이었다. 무작정 나를 차에 태우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면서부터 한 번도 가지 못했던 국내 이곳저곳을 부지런히 돌아 다녔다. 지금은 서로 너무 바빠 일년에 한 번 정도 여행을 가는게 전부지만 연애하는 몇 년 동안 다닌 것만으로도 경험이 많이 쌓인 시기었다.
책을 통해, 혹은 여러 영상등을 통해 대리(?) 경험을 많이 했었지만, 그것과는 전혀 달랐다.
누군가가 "너 여기 가봤어?" 라고 물었을 때 예전엔 "아니"라던가 "보긴했어."라고 대답하는게 전부였다면 여행을 다니면서부터 "응, 거기 가봤는데 oo가 좋더라." 혹은 "거긴 oo때문에 별로였어."라는 구체적인 대답을 할 수 있었다.
남에게 대답하기 위해, 과시하기 위해 여행이 좋다는 게 아니다. 내가 직접 경험하면서 느낀 것들을 말로 표현할 수 있고, 글을 쓰며 눈으로 보고 느낀 것들을 묘사할 수 있는 힘이 점차 쌓였으며 좁던 나의 시야가 넓어져갔다.
해외 여행도 마찬가지었다.
일본 소설의 담백함을 좋아했던 나는 늘 머릿속으로 상상만 했다. 물론 영상도 함께 보긴 했지만 영상만으로는 나의 상상속 그 배경의 향을 다 채우지 못했다.
그런 나를 남편은 일본으로 데려갔다.
첫 해외여행에서 나는 처음으로 과거의 나를 질책했다. 일본 여행이 대단하고 무작정 좋아서만은 아니었다.
조금의 용기만 냈다면, 한번쯤은 다녀올 수 있었던 가까운 나라들로 여행을 다녔다면, 내 인생의 시야가 좀 더 빨리 넓어지진 않았을까. 조금 더 패기있던 그 시기에 이런 경험을 했다면 좀 더 일찍 나의 꿈을 이루기위해 발을 내디딜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상상속에서 그려내던 풍경과는 사뭇 다르지만 늘 어느 동그라미 안에서만 글의 배경을 그리던 나는 하나 둘, 내가 쓰고 싶은 글의 배경이 늘어났다. 작가들이 많은 취재를 다니는 이유를 그때서야 깨달았달까.
한 번 해외 여행을 다녀오니 두번째부터는 조금 더 용기가 생겼다. 남편 뒤만 졸졸 따라다니던 나는 어느 순간부터 직접 지도를 보며 길을 찾아다녔고 이전보다는 여유가 생겼다.
여행이라는 재미에 빠지기 전, "시간도 돈도 부족한데 해외 여행이든 국내 여행이든 여행을 계획하고 떠나는게 내게는 쉽지 않은 일"이라 늘 말해왔다. 하지만 남편은 시간은 만들기 나름이고 돈은 쓰기 나름이라며 쉬운 일은 아니지만 또 어려운 일도 아니라고 나를 설득했다. 아니 오히려 하겠다고 저지르고 보면 그 계획을 목표로 더 열심히 뛸 수 있다는 것또한 직접 보여주었다.
만약 스무살의 내가 지금처럼 여행을 다녔다면 지금보다 더 큰 세상의 배경들이 머릿속에서 그려지지 않았을까.
해보지 못해 후회한 것들 중에 가장 먼저 떠올랐던게 바로 여행이었다.
앞으로도 가장 많이 하고 싶은 것들 중에 하나가 바로 여행이다.
물론 시간과 여유가 허락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