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건 이길 수가 없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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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랄하다. 는 단어의 기묘한 어감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것이 나의 무엇에 대한 수식어가 되는 것은 전혀 유쾌하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수식어였던 내 신체의 일부가 있다. 이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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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이빨들이다. 그것이 'a 이빨' 이었다면 교정까지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의 '이빨s'는 괴랄했다. 지금은 교정이 끝났으므로 과거형이 되었다.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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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랄한 치아의 역사는 나의 생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내 가문의 유구한 역사와 함께 괴랄한 치아들도 따라 내려왔다.
친가쪽은 정말 엉망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치열을 소중하게 지켜나간 가문이었다.
한편, 외가쪽은 기계로 찍어낸 듯 각 잡힌, 인공적인 느낌까지 주는 치아들을 어머니에게 선물로 주었다. 그러나 나는 그 선물을 받지 못했다. 대신 친가의 괴랄한 치아들을 그것도 세트로 선물받았다. 종합적으로다가.
(크리스마스 때도 받지 못한 종합선물세트를 이렇게 주시다니요..)
* 이빨 선물세트 (틀니, 치아..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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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가의 괴이한 치열 스토리는 굳이 멀리서 예를 찾을 것도 없이 아버지와 혈육과 나의 자기주장이 강한 치아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그나마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큰아버지의 어릴 적 이야기 때문이었다.
어느날부터 어린 큰아버지가 이유 모를 두통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두통은 나을 기미가 없이 점점 심해만 갔다. 어린 아들을 끌어안고 할아버지는 사방천지의 의원을 찾아다녔지만 병인을 밝힐 수 없었고.. 그러다 우연히 입 안에서 거대한 송곳니 하나를 발견했는데, 그것은 무려 입천장 한가운데서부터 뾰족히 솟아나고 있었다. 천장에서 종유석처럼 돋아난 송곳니를 어렵사리 빼고 나자 극심했던 두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는 이야기.. 믿거나 말거나가 아니라 참트루인 이야기..
어린 나는 내 입천장에서도 뭔가 돋아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공포감에 사로잡혔고, 혀 끝으로 입천장을 이곳저곳을 온종일 두드려보느라 혀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다행히도 나에게는 종유석같은 송곳니는 없었다.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