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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고 나서도 너와 마주쳐야 하니, 참 고역이다.
또 다른 면을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과 희망이 없는 관계에겐, 썩는 일만 남는 것 같아.
어딘가에 푹 묻힌 채로 다른 사람들이 묻혀오는 균을 받아 슬슬 썩어 흩어지면 좋으련만
자꾸만 마주치는 네 눈동자에 죽은 마음이 좀비처럼 땅을 파고 나오려는 것만 같아 피로해.
다 죽은 추레한 마음이 꾸역꾸역 일어나 지나가는 바람에 괜히 한번 몸을 푸르르 떨 때마다, 난 꼭 다 떨어진 넝마 걸친 허수아비 같아 낯부끄럽고 비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