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뚝깍뚝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했다.
내게 필요한 항목만을 정리하여 만든 나만의 다이어리인데 내가 인디자인을 할 줄 모르는 관계로 매일 항목을 수기로 쓰고 있다.
인디자인을 공부해서 만들 생각도 했지만 그렇다면 역시 다음 생에 쓸 수 있을 것 같아 그냥 매일 손으로 쓰기로 결정. 또 어차피 매일 항목이 추가/삭제/변형 등으로 달라지기 때문에 완전히 자리 잡을 때까지는 계속 버전업을 할 수 있으니 오히려 조으다.
항목을 골라내는 데에 꽤 심혈을 기울였기 때문에 상당히 만족스럽다. 꼼꼼하게 각 항목을 기록하고 나면 하루를 잘 털고 반듯하게 개어 장롱 안에 사복히 내려놓은 기분. 작성 후 잠들기 위해 자리에 누웠을 때 그 마음의 산뜻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결국 내게 필요한 것들을 갖추어 가는 건 이렇게 하나하나 해보고 삭제하고 추가하여 나에게 알맞게 깎거나 빚는 조소 같은 작업인가 보다. 그렇게 갖춘 것들을 도구로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잘 깎아내고 빚어가는 시간들이 생이라는 거겠군.
아. 늘 너무 늦게 알게 되는 것 같지만
시간이라는 것은 허상이라고 부처님도, 조박사님도 그러셨고, 때문에 순서라는 것도 없으니 그저 깎아낸 다이어리를 매일 쓰며 더 깎고 덧붙이며 나의 무언가를 깎고 또 덧붙이는 것에 주의를 기울일 일이다.
#단정한100일의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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