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 시점 Chapter 6
익숙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별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또 한 번, 새로운 나라로 향했다.
남편은 먼저 떠났다.
이제는 익숙해진 순서였다.
미국, 한국 복귀, 중국 그리고 이번에는 또다시 미국으로.
나는 중국에서 남은 일정과 학기를 정리하며
아이와 함께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
학기 말이 되자 우리는 다시 한국으로 들어왔다.
미국을 가기 전 아이는 한국에서 한 학기를 다녔다.
친구를 사귀고, 친척들과 자주 만나며
조금은 여유롭고 따뜻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아이는 오랜만에 ‘멈춰 있는 삶’을 경험했다.
늘 이동하던 궤도에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었던 시기였다.
정착이라는 단어가
조심스럽게 아이의 마음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던 때였다.
하지만 그 평온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제는 다시, 아빠가 있는 곳으로 떠나야 했다.
6개월이라는 시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천천히 짐을 싸고, 마음의 준비를 해나갔다.
나는 떠나기 전,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내가 정든 이 도시와 차분히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아이에게는 이번 여행이 또 하나의 모험이 될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의 표정에는
설렘보다 긴장과 아쉬움이 더 짙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비행기에 올랐다.
익숙한 감정, 낯선 목적지.
비행기의 이륙음이 울리며
우리 가족의 또 다른 장면이 시작되었다.
다시 도착한 미국은 낯설고도 여전히 조용했다.
남편은 조용한 타운하우스의 집을 렌트해 두었고,
그곳에서 우리는 다시 한 가족이 되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는 데는
조금의 시간과 인내가 필요했다.
아이에게 미국은 또 하나의 ‘처음’이었다.
그동안의 이사와 변화를 통해 많이 자라왔지만,
새로운 언어와 문화 속에서의 적응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
학교는 아이에게 또 다른 시험장이었고,
그 마음속 어딘가엔 아직 한국과 상하이의 익숙한 풍경들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 아이도, 이 가족도,
다시 한번의 적응을 견뎌낼 것이라는 걸.
우리는 이미 수없이 많은 ‘처음’과 ‘이별’을 지나왔고,
그 모든 시간이 우리를 조금 더 유연하고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으니까.
그래서 지금,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이 낯선 땅 위에서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다시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