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코스와 색다른 라운드
한국에서 꾸준히 연습하며 90대 스코어가 안정되기 시작했을 때,
“아, 이제 골프가 조금은 내 몸에 들어왔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 무렵 또 한 번의 해외 근무 기회가 찾아왔고, 이번 목적지는 중국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골프 인생의 또 다른 장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대체로 넓고 시야가 시원하게 트여 있어, 티샷에서 마음껏 드라이버를 휘두를 수 있었습니다.
한국의 산악형 코스와 달리 평지 위주의 긴 홀이 많아 체력 부담이 적은 대신,
이곳에는 또 다른 강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강한 습도와 무더위.
라운드 후반이 되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고,
습기 가득한 공기 속에서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또한, 중국 골프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카트 이동 방식이었습니다.
플레이어가 직접 카트를 운전
캐디는 카트 뒤쪽 발판에 올라탄 채 이동
그린 주변을 제외하면 대부분 구역까지 카트 진입 가능
처음 이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랐지만,
무더운 날씨를 고려하면 진행도 빠르고 체력도 아낄 수 있는 매우 실용적인 방식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익숙한 잔디와는 달리 공이 살짝 떠 있지 않아 임팩트가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초반에는 클럽이 잔디에 쉽게 박히며
땅을 때리는 실수를 반복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린은 정말 빠르고 예민했습니다.
살짝 굴렸는데도 끝까지 미끄러져 내려가는 공
예측하기 어려운 좌우 라이
퍼팅 하나로 타수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
중국 코스는 어프로치와 퍼팅의 정확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스윙의 흐름은 유지할 수 있었지만,
환경이 바뀌자 또 다른 숙제가 생겼습니다.
특히 무더운 날씨 속에서는 힘을 빼는 스윙이 정말 중요했습니다.
조급해지는 순간 스윙이 흐트러졌고,
라운드 끝까지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스코어 관리의 핵심이었습니다.
환경이 바뀌면 골프도 다시 처음부터 배우게 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절실히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그 속에서 골프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매개체가 되어 주었습니다.
함께 라운드를 나가며 나누는 대화,
같은 코스에서 같은 어려움을 겪으며 생기는 공감대는
낯선 환경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크게 덜어주곤 했습니다.
더위와 습도라는 환경적 난관
양잔디와 빠른 그린의 낯선 난이도
직접 운전하는 카트 문화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만난 소중한 관계들
한국에서 만든 꾸준함을 토대로
중국이라는 새로운 무대에서도 흔들림 없이 골프를 이어갈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골프의 또 다른 매력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