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이 아닌 본질에 집중하자
"그래서 문제가 뭐예요?", "그게 진짜 문제일까요?"
PM으로 일하다 보면 정말 자주 전달하고, 마주하게 되는 말이다.
PM에게 가장 중요하다는 '문제 정의' 역량, 명확히 어떤 의미일까?
GPT에게 '문제 정의 역량'에 대해 한 문장으로 정의해 달라고 했을 때, 아래와 같이 답했다.
사용자와 비즈니스 맥락 속에서 진짜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해결의 방향을 제시하는 능력입니다.
사용자와 비즈니스 맥락을 이해한다는 것은 문제의 배경에 대해 이해한다는 의미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이 때, 해당 문제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 뜯어보며, 문제와 관련된 여러 현상들을 데이터로 수집하는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치게 된다.
'좋은 문제 정의'에 대해서는 많은 직업인이 공감하되 필요성을 느끼는 부분이라 그런지, 여러 프레임워크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도구들을 영리하게 활용하는 법을 몰라서일지, 도구의 유용함을 크게 실감하지 못했다. 오히려 정형화된 프레임워크에 나의 사고를 맞추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나, 어려움이 컸다.
그러던 중, 처음으로 유용함을 크게 느꼈던 도구가 있는데, 바로 'MECE'한 관점에서의 문제 정의 이다.
MECE
- 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
- 중복과 누락이 없고 각 요소를 모두 합하면 전체가 되는 것
중복과 누락이 없는 상태. 즉, 상호 배타적인 요소들로 문제를 쪼개어 보는 것이다.
해당 프레임워크의 장점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되, 디테일한 부분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점이라 느낀다. 동시에, 큰 문제를 세부적인 요소들로 세분화하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 또한 큰 장점인데, 이는 본질적인 문제를 정의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서비스를 결제하기까지의 퍼널을 예시로 생각해 보자.
모든 고객이 동일하게 사용하는 퍼널이라도 해당 퍼널을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으며, 고객의 코호트에 따라 경험이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
ex) 서비스 신청 > 결제까지의 전환율이 떨어짐
- 퍼널 구성 요소 : 신청서, CRM, 세일즈..
- 고객 코호트 : 10대, 20대, 30대..
이때, 특정 코호트에서 전환율이 떨어지는 것인지, 특정 구성 요소의 효율이 하락한 것인지.. 등 배타적인 요소들에 대해 모두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해당 과정을 통해, 논리적인 결함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다음으로는, 여러 변수 속에서 '진짜' 문제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의한다.
이를 통해 이후의 일들을 훨씬 간결하게 처리할 수 있기도 하기에,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솔루션의 방향성을 설정할 때, 누군가를 설득할 때, 실험의 결과를 해석할 때.. 등등)
위의 예시에서, 만약 CRM에서의 효율이 저조하여 신청 > 결제 전환율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문제를 정의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CRM의 내용이 문제인지, 혹은 발송 시간이 문제인지.. 등 해당 요소 내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분리하고, 이에 대한 가설을 세우는 것이다.
ex)
- 문제 : 현재 신청을 완료하였으나 결제하지 않은 고객에 대한 별도 액션이 진행되지 않음
- 가설 : 해당 코호트에게 ~한 내용의 CRM을 발송한다면 결제 전환율이 n% 개선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문제와 가설을 각각 한 문장으로 표현해 보는 과정이 논리적 결함을 점검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자 전원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단순한 상태로 전달했을 때에도 명확한 이해가 가능한가? 를 점검하고자 했다.
존재하는 여러 방법론들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때에는, 어린 생각에 그를 일종의 도구 정도로 여겼다.
반면, 경험이 조금씩 쌓여가고 있는 지금은 방법론 또한 결국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라는 것을 느낀다.
'현상은 복잡하나 본질은 단순하다' 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결국 하나의 현상에 대해 So What? (요점이 무엇인지)/ Why So (왜 해당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본질에 가까워지는 것이 기획이 아닐까 -
아무튼, 누군가의 문제에 대해 끈질기게 궁리하고 이를 해결해 나가며 느끼는 상쾌함 등은, 쉽지 않은 여정의 여전한 기쁨이다. 이러한 감정을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직업인이고 싶다는 다짐으로 마무리하는 오늘의 글 !